분노의 촛불

캐럴도 찬송가도 가요도 가사 바꿔 ‘하야가’로 열창

김원진·박경은 기자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 “기쁘다 하야하였네”

가수 양희은 깜짝 등장…박정희 정권 금지곡 불러

지난 26일 열린 제5차 촛불집회에서도 시민들은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겨냥한 휴대전화 촛불, 중년 여성들의 기념촬영, 박근혜 대통령 체포를 주장하는 합성 사진, 가수 양희은씨의 ‘아침이슬’ 열창 등이 눈길을 끌었다(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  이석우·서성일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지난 26일 열린 제5차 촛불집회에서도 시민들은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겨냥한 휴대전화 촛불, 중년 여성들의 기념촬영, 박근혜 대통령 체포를 주장하는 합성 사진, 가수 양희은씨의 ‘아침이슬’ 열창 등이 눈길을 끌었다(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 이석우·서성일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지난 26일 5차 촛불집회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금지곡과 대중가요를 개사한 ‘하야가’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가수 양희은씨가 깜짝 게스트로 나와 ‘아침이슬’ ‘행복의 나라로’ ‘상록수’를 시민들과 함께 불렀다. 세 곡 모두 서정적인 노랫말로 1970년대 청년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들이지만 박정희 정권은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아침이슬’은 가사에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라는 부분이 대한민국의 적화를 암시하고, ‘행복의 나라로’는 노래에서 말하는 ‘행복의 나라’가 북한이 아니냐는 이유에서 금지곡이 됐다.

촛불집회를 찾은 다른 가수들은 자신의 히트곡을 ‘하야가’로 바꿔 불렀다.

안치환씨는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를 ‘하야는 꽃보다 아름다워’로 변주해 시민들과 함께 불렀다. 지난 12일 열린 3차 촛불집회에서는 가수 이승환씨가 자신의 대표곡 ‘덩크슛’을 “주문을 외워보자 오예, 하야하라 박근혜 하야하라”로 불러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대중가요를 ‘하야가’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시민들은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며 남성 듀오 십센치의 ‘아메리카노’ 중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좋아” 부분을 “박근혜 하야, 좋아 좋아 좋아”로 개사해 불렀다. 이날 자유발언대에 오른 한 장년 여성은 ‘아리랑’의 노랫말을 바꿔 “아니 아니 아니다, 근혜 아니다 국민들이 모였네~”라고 불러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크리스마스캐럴이나 찬송가도 ‘하야가’로 탈바꿈했다. 크리스마스캐럴 ‘펠리스 나비다(메리 크리스마스)’를 개사해 “근혜는 아니다, 근혜는 아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근혜는 아니다”로 부르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크리스마스에 자주 부르는 찬송가 115장(기쁘다 구주 오셨네)을 개사한 ‘기쁘다 하야하였네’라는 제목의 노래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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