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희롱, 부적절한 개그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SNL코리아 시즌8>(SNL코리아)이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하지만 ‘최고 시청률 경신’을 자축할 수만 있는 상황은 아니다.
tvN 측은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tvN <SNL코리아> 이수근편이 유료플랫폼 기준 전국 가구 시청률 3%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1부터 시즌8의 최근편까지 통틀어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날 호스트로 등장한 이수근은 고정 크루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영웅본색’ ‘희극지왕’ 등의 코너에서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이날 방송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캐릭터에 빗대 패러디한 ‘겨울왕국’ 코너도 호응을 얻었다.


지난 10일 방송된 <SNL코리아> 이수근편 ‘겨울왕국’ 코너 / 사진: 방송 캡쳐
하지만 현 시점에서 <SNL코리아>가 ‘최고 시청률 경신’을 자축할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SNL코리아>는 지난달 26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업로드 된 호스트 ‘B1A4편’(13회) 캐스팅 비화 영상에서 해당 방송 크루인 개그우먼 이세영이 B1A4 멤버의 신체 부위를 만진 장면이 등장해 큰 논란이 됐다. 이세영은 논란이 커지자 직접 자필 사과문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제작진 측도 이튿날인 27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결국 이세영은 <SNL코리아> 하차 수순을 밟아야만 했다.
잘못으로 인해 한차례 풍파를 겪은 상황이라면 제작진은 마땅히 한층 더 조심했어야 하지만 <SNL코리아>는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지난 3일 방송(14회)에서도 큰 실책을 저질렀다.
지난 3일 ‘마마무편’ 방송에선 개그우먼 정이랑이 원로 배우 엄앵란을 패러디한 ‘김앵란’으로 분장해 성대모사를 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엄앵란의 말투나 몸짓을 흉내내며 “잡을 가슴이 없어요”라는 발언을 해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엄앵란이 지난해 말 유방암으로 인한 가슴 절제 수술을 받은 바 있어, 그의 ‘웃자고’ 한 발언은 엄앵란 본인 뿐 아니라 큰 지병으로 가슴 절제 수술을 받은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통상 본인의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한 ‘자학 개그’를 종종 해왔던 정이랑이지만, 패러디 대상에 대한 고려, 조사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았다.
이어 이수근이 호스트로 나선 지난 10일(15회) 방송엔 본래 원조 ‘국민요정’ 1세대 걸그룹인 ‘S.E.S’가 호스트로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급작스레 출연 취소 결정이 발표되면서 S.E.S 측이 최근 <SNL코리아>에 집중되는 부정적인 평가를 부담스럽게 느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겨울왕국’코너에서 선보인 ‘강도 높은’ 패러디의 수준 역시 과거 ‘여의도 텔레토비’ 시리즈의 아성을 느끼게 하긴 부족하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시국 풍자 코미디엔 ‘때’가 중요한데 이미 지난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상황이라 단순한 ‘겉핥기 풍자’는 죽은 허수아비 때리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최초로 최순실 정국 관련 내용이 <SNL코리아>에 등장한 것은 이미 전국이 떠들썩한 지 2주 이상이나 지난 시점이었고, 그 이후로 또 정치 풍자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는 점에서도 <SNL코리아>의 풍자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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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SNL코리아> 제작진 측은 지난 3일 방송에 대한 공식적인 차원에서의 직접 사과 의사는 표명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논란을 어설프게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사과를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건강한 풍자는 먼저 비하를 삼가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