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 전국 70만명 모여 ‘박근혜 구속 트리’ 꾸미고 ‘하야 크리스마스’ 공연 즐겨
지방선 시민법정·이웃돕기
성탄 전야인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9차 촛불집회에서 산타 모자를 쓴 어린이가 촛불을 들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성탄절 이브,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전국에서 70만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 등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요구는 엄중했으나 성탄절과 맞물리면서 집회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9차 촛불집회에 시민 60만명이 운집했다고 25일 밝혔다. 부산 7만명, 광주 1만명 등 지방에서도 10만여명이 촛불을 들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퇴 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성탄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박근혜 정권 퇴진 청년행동’ 소속 학생 300여명은 산타 복장을 하고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어린이들에게 동화책, 성탄 카드, 세월호 리본 등을 나눠줬다. ‘박근혜 구속 트리’도 등장했다.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포박된 박 대통령의 등신대가 담긴 철망에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혐의를 적어 붙였다. 한 시민은 ‘직무유기.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라고 적었다. 헌법재판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달린 트리에는 ‘국민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탄핵!’ 등의 문구가 붙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트리도 보였다.
성탄절 전날이라 가족·연인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았다. 충남 천안에서 온 대학생 커플 이규진씨(22)와 허준석씨(24)는 처음으로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이씨는 “추운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모여 놀랍다”라며 “역사의 현장에 함께하게 돼 기쁘고 한편으론 신기하다”고 말했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된 본집회에서 주최 측은 정부서울청사 건물 벽면에 레이저 광선을 발사해 ‘박근혜 구속, 조기 탄핵’이라는 대형 문구를 띄웠다. 6시30분부터 시민들은 청와대와 헌재, 총리 공관 방면으로 행진했다. 헌재 인근에서는 사회자가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말하면 시민들이 재판관의 의사봉 대신 ‘뿅망치’로 차벽을 두드렸다. 청와대 인근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성탄절을 맞아 수갑을 선물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고, 삼청동 총리 공관 근처에서는 시민들이 황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며 레드카드를 들어올렸다.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오후 8시쯤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와 ‘하야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참가했다. ‘징글벨’을 개사해 “촛불아 비춰라, 청와대 비춰, 대통령이 하야한다, 촛불 비춰라”라고 불렀다.
지방에서 열린 촛불집회도 성탄 전야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강원 춘천시에서는 촛불집회에 앞서 저소득층을 돕기 위한 벼룩시장이 열렸다. 장터에서는 ‘박그네 내려와 어묵’ 등 먹거리와 의류, 신발 등이 판매됐다. 주최 측은 수익금으로 연탄을 구매해 소외계층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대전에서는 집회 주최 측이 ‘헌재는 국민의 명령을 들어라’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준비해 조기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았다. 이 현수막은 헌재에 전달될 예정이다. 광주에서는 시민 500여명이 우편 요금을 1000원씩 부담해 ‘헌법재판관들에게 연하장 보내기’ 운동을 펼쳤다. 부산에서는 박 대통령의 범죄를 단죄하자는 의미로 ‘촛불광장 시민법정’ 퍼포먼스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