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술집 난동 회장 아들 구하려 “케이크 값 바가지" 거짓말?

이효상 기자

이틀 전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 이사(34)가 술에 취해 한 와인바에서 난동을 피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장씨가 ‘케이크 값’ 때문에 난동을 피웠다고 보도했습니다. 장씨와 일행들은 이날 장씨의 생일을 기념해 ㄱ와인바 종업원에게 케이크를 주문했는데요. 종업원이 케이크 값으로 30만원을 요구하자 장씨가 화가 나 난동을 피웠다는 겁니다.

동국제강 장선익 이사(34)

동국제강 장선익 이사(34)

때문에 SNS에서도 장씨의 행동을 ‘갑질’이라고 비판하는 반응과 함께 “술집에서 바가지를 씌운 것이 문제”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난동의 원인은 케이크 값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ㄱ와인바의 매니저 ㄴ씨는 2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케이크 값 때문에 난동을 피웠다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며 “너무 억울하고 직원들의 상처가 깊다”라고 말했습니다.

장씨는 사건 당일인 26일 저녁 8시20분쯤 일행과 함께 ㄱ와인바를 찾았습니다. ㄴ씨는 “장씨가 업장에 들어올 때부터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해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씨와 일행들은 테이블에 앉자마자 “생일인데 케이크가 먹고 싶다. 치즈 케이크나 생크림 케이크 좋아하는데 사다줄 수 있냐”며 종업원에게 5만원권 2장을 건냈습니다. 종업원 ㄷ씨는 인근 제과점에서 3만8000원짜리 케이크를 사와서 일행에 잔돈·영수증과 함께 건냈습니다. ㄴ씨는 “(장씨 일행이)잔돈은 팁으로 가지라고 했지만 ㄷ씨는 테이블 위에 다 놓고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ㄴ씨의 말을 종합하면, 문제는 장씨와 일행들이 ㄱ와인바를 찾은 다른 손님들의 대화를 방해할 정도로 소란을 피우면서 발생했습니다. ㄴ씨가 조용히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장씨 일행은 “안되겠네. 이런식으로 나오나”라고 반응할 뿐 태도를 고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ㄴ씨는 “재차 주의를 주자 장씨가 케이크를 바닥에 집어던지고, 금속 촛대와 위스키잔을 손에 잡히는 대로 위스키가 진열된 진열장을 향해 던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케이크 값으로 30만원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왜 나왔을 까요. 다음 날인 27일 사건이 기사화되자, 동국제강 측은 일부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계산하려고 보니 케이크 값이 30만원이라고 청구돼 있어 (와인바 측이) 이미 재벌 아들인걸 아는 상황에서 바가지 씌우고 술 취한 사람 취급해 화가 난 장씨가 소란을 피웠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9일 경향신문이 동국제강 측에 사실관계를 다시 묻자 답변은 변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다시 장 이사에게 확인하니 술이 취한 상황에서 술값이 30만원이라고 한 걸 케이크 값으로 잘못 알아들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ㄴ씨는 이마저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ㄴ씨는 “술값 계산은 장씨의 난동 이후 경찰이 출동한 상황에서 이뤄졌고, 일행들이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계산했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국제강이 오너가를 두둔하기 위해 ‘물타기’를 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 측은 “전혀 그럴 의도는 없었다”며 “악의적으로 (ㄱ와인바 측의) 명예를 훼손하려 한 것이 아니며 이번 사건으로 ㄱ와인바에 피해가 안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26일 ㄱ와인바가 장씨로부터 입은 피해는 모두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열장의 술이 깨지며 입은 100만원 상당 피해의 변제는 물론 별도의 보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ㄱ와인바는 장씨의 충분한 사과가 있었던만큼 장씨의 처벌은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씨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장씨가 받는 재물손괴 혐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조만간 장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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