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닥친 경찰에 “난 인터폴 수배” 순순히 체포에 응해
주차된 밴서 한국어 쪽지 등 발견…누군가 도피 도운 듯
교민 “최순실 ‘연결고리’ 전 대기업 임원 별장도 근처”
지난 1일(현지시간) 정유라씨가 머물다 현지 경찰에 체포된 덴마크 올보르의 렌트하우스 내부를 취재진이 들여다보고 있다. 올보르(덴마크) | 강순원 통신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생활하던 정유라씨(21)가 덴마크 올보르에서 체포되면서 정씨 일행의 도피행로와 배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씨는 지난 1일 오후 8시쯤(현지시간) 덴마크 올보르시 외곽의 한 주택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에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됐다. 체포 당시 정씨는 2015년생 어린아이, 60대 여성 1명, 20대 남성 2명 등 총 4명과 함께 있었다. 어린아이는 정씨의 아들 신모군, 60대 여성은 보모인 고모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대 남성 2명은 정씨의 승마훈련 지원 등을 위해 채용된 인물로 추정된다.
덴마크 경찰은 “정씨가 검거 당시 ‘인터폴에 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으며 같은 이유로 우리 엄마도 한국 경찰에 체포돼 있다’고 말한 후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고 전했다. 정씨 일행의 은신처에는 최순실씨(61)의 영문 이니셜(CS)이 등록된 폭스바겐 밴 차량이 주차돼 있었으며 차량 안에는 승마용 모자와 유아용 카시트가 있었다.
정씨가 언제쯤 독일 국경을 벗어났는지, 은신처는 누가 구해준 것인지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현장을 취재한 경향신문 강순원 통신원은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정씨의 집은 렌트하우스로 10월 초부터 한국인 남자와 여자가 보이기 시작했고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모습도 봤다고 한다”고 말했다. 렌트하우스 마당에서는 제조일자가 2016년 12월21일로 찍힌 우유팩과 9㎏짜리 빈 쌀봉투도 발견됐다. 독일산 담뱃갑도 발견돼 이들이 3개월 전 덴마크에 은신처를 마련한 후 독일을 오가며 도피행각을 벌였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1급 수배자인 정씨의 도피를 위해 누군가 조직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쓰레기통에선 9㎏ 쌀 봉투와 초코파이 상자①와 독일산 담뱃갑④ 이 보였고, 집 옆에 설치된 컨테이너 하우스에는 정씨가 키우는 고양이들이 있었다②. 집 앞에는 최순실씨의 영문 이니셜(CS)을 사용한 번호판③ 이 달려 있는 폭스바겐 차량이 서 있었다. 올보르(덴마크) | 강순원 통신원
1차적으로는 2대에 걸쳐 최씨 일가를 돕고 있는 윤영식씨(데이비드 윤·49)가 주목받고 있다. 정씨의 덴마크 렌트하우스에서는 정씨 일행이 타고 다니던 밴 차량에 외에 BMW 차량이 목격되기도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교민이 지난달 15일 프랑크푸르트 시내 한복판에서 윤영식·영철(46)씨 형제를 발견할 당시 이들이 타고 다니던 차량도 BMW였다(경향신문 2016년 12월23일자 1면 보도). 당시 목격자에 따르면 차량 뒷좌석에는 정씨가 탑승하고 있었고 정씨 옆자리에 있던 한국인 중 한 명은 현지 여행사 대표 이모씨로 드러났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에 다녀온 윤씨가 보자고 해서 직원을 데리고 나갔고 뒷자리의 여성은 정씨가 아니라 40대 여직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를 목격한 교민은 “설마 내가 20대와 40대 여성도 구분 못하겠냐”며 반박했다.
문제는 윤씨도 얼굴이 많이 알려져 1급 수배자인 정씨 일행이 독일에서 덴마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조력자가 필요해 보인다. 현지 교민 ㄱ씨는 “삼성과 최씨를 연결해준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한 대기업 전직 임원의 별장이 올보르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씨와 함께 체포된 2명의 한국인 남자는 조력자보다는 수행원에 가까워 보인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정씨가 지난해 8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덴마크 올보르를 왕복 비행할 당시에도 승마코치 크리스티앙 캄플라데(53) 외에 2명의 이씨 성을 가진 한국인이 동행했다. 이 중 한 명은 독일로 가기 전까지 한국마사회 승마계에서 일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씨가 검거된 직후 렌트하우스에는 여전히 누군가가 남아 주변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다. 강순원 통신원은 “은신처는 모든 창이 이불로 가려져 있고 잠시 시선을 돌리는 사이 누군가 마당에 있던 밴의 문을 리모컨으로 열고 닫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