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인양하라”
정유년 첫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위한 촛불 시국집회가 7일 오후 부산·대구·울산 등 영남권 곳곳에서 열렸다. 참가시민들은 세월호 사고 1000일(9일)을 맞아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있을 9명의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추모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울산시 남구 현대백화점 옆 거리에서 열린 9차 울산시민대회도 2000여명(경찰 추산 4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세월호 진실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집회를 주관한 ‘울산시민행동’과 자원봉사자들은 참가시민들에게 ‘세월호 1000일’을 추모하는 노란풍선과 ‘박근혜 구속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나눠졌다.
9차 울산시민대회 참가시민들이 7일 울산 현대백화점 옆 거리에서 세월호 1000일을 추모하는 노란풍선을 흔들고 있다. │백승목 기자
자유발언에 나선 권모씨(대학생)는 “(내가) 공익요원으로 근무한 울산항만청의 직원 한 분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진도를 다녀오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면에 박근혜와 문고리 3인방이 있고 최순실과 정유라가 있었다는 걸 알면서 슬픔이 분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는 세월호 사고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하면서 얼버무렸다는데, 정말 화가 났다”면서 ‘이게 나라냐,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쳤다. 주최측은 집회 중간에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가 촛불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물을 상영하기도 했다.
황모씨(대학생·여)는 “정유라의 부정입학과 학점 부여에 관한 뉴스를 듣고 홧병이 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덴마크에서 체포된 후에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그의 모습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라는 한국사회의 온갖 비리의 결과물”이라면서 “돈 보다 삶이 더 중요한 세상을 만들때까지 계속 광장에 모이자”고 덧붙였다.
9차 울산시민대회에서 주최측이 집회 참가시민들에게 세월호 1000일을 추모하는 노란풍선을 나눠주고 있다. │백승목 기자
관공서에서 30여년 동안 환경 업무를 보면서 2015년말 퇴직했다는 변모씨(울산시 남구 옥동)는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을 울산의 상황에 빗대어 읊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박근혜가 퇴진하고, 적폐가 청산되는 그날이 오면~(중략)”이라고 외쳐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부산 서면 중앙로에서 열린 10차 시국대회에서 주최측인 ‘박근혜 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는 “2017년 첫 걸음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국민과 부산시민의 촛불행진은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2만여명(경찰 추산 3000여명)이 몰렸다.
7일 10차 부산시국대회가 열린 부산시 서면 중앙로 주변에 주최측이 세월호 1000일의 간절함을 상징하는 노란풍선 다발을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집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세월호 모형배에 노란 풍선 300개를 매달아 날리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시민들은 도로에 깔린 커다란 노란색 리본 위에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과 인양을 염원하는 글들을 빼곡히 적었다.
무대에 오른 세월호 희생자의 한 유족은 “참사 이후 1000일이 다 돼 가지만 (우리는) 아직도 2014년 4월16일을 살고 있다”며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한 유족들에게 국가는 캡사이신을 쏘면서 억눌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서면을 출발해 송공로터리~양정로터리를 거쳐 부산시청까지 3.5㎞를 행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 국정농단 청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규명’ 등을 요구했다.
대구에서도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 3200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10차 대구시국대회가 열렸다. 대구 집회에는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세월호 인양을 기원하는 고래 형상의 대형 풍선이 하늘로 떠올라 눈길을 끌었다.
10차 대구시국대회가 열린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1000일을 추모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을 요구했다.│박태우 기자
이모씨(대구 달성군)는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세월호 사건 등에 분노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3년을 살았다”며 “하지만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냈고, 그것은 정말 감동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참가시민들은 또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서 괴변을 늘어놓았다”고 비난했고, 기획발언 시간에는 교육부의 경북대학교 총장 선임문제를 거론하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시민들은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구호를 외치며 도심 2.4㎞를 가두행진했다.
이밖에 경남 창원·진주·김해·양산·사천·거제 등 11곳에서 11차 경남시국대회가, 경북 포항·경주·구미·안동·김천·의성·울진 등 9곳에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각각 개최됐다. 한편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는 보수단체 중심으로 ‘자유수호 및 탄핵기각’ 등을 요구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도 열렸지만, 촛불집회 시민과의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