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제공
지난 9일 오후 5시7분경 서울 도봉구의 한 건물 1층 ㄱ 미용실 앞. 준중형 차량 한대가 정차했다. 차에서 내린 남성은 트렁크에서 철제 소재 통을 꺼냈다.
약 5분 후인 5시12분경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미용실에서 화재(사진)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은 도봉소방서와 119구급차,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불은 오후 5시22분경 모두 진화됐다.
■시체로 발견된 여주인과 설비업자
안타깝게도 화재 현장에서 미용실 여주인 ㄴ씨(51)와 설비업자 ㄷ씨(52)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ㄴ씨는 2010년 6월부터 이곳 상가 건물 1층에서 미용실을 운영했다. 미용 의자 3개와 샴푸용 의자 1개가 있는 23㎡(7평) 규모의 아담한 동네 미용실이었다. ㄴ씨는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 미용실을 운영했다.
경찰 중간 수사 결과 화재 현장에서 시너통이 발견됐다. 그리고 미용실 출입문이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찰은 12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 2명 모두 매연에 의한 질식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장감식 결과 화재 현장 바닥과 사망한 2명의 타다 남은 의류에서 유류성분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밀폐된 미용실내에 시너가 뿌려져 유증이 발생된 상태로 점화되어 순간적으로 폭발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출입문 근처 벽과 바닥이 상대적으로 많이 연소된 점으로 보아 출입문 근처를 최초 발화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에서 잠겨진 문과 시너…방화 가능성
그렇다면 최초 점화 원인은 무엇일까.
경찰은 일단 미용실에 있었던 선풍기형 전열기와 가스 스토브를 주목하고 있다. 전열기나 스토브가 시너 등 인화물질과 결합돼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다. 이번 화재가 단순 사고사일수 있는 것이다.
다만 가스 스토브는 전원이 꺼져있었다. 선풍기형 전열기는 화재로 인해 심하게 훼손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원(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은 방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현장감식 결과 미용실 출입문이 안쪽에서 잠겨져 있었다. 화재 발생 당시는 미용실이 한창 영업중인 시간대였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안에서 문을 닫았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시너통을 주시하고 있다. 화재 발생 5분 전 한 남성이 차량으로 가지고 온 철제 소재 통에 시너가 들어있었던 사실도 확인했다. 그리고 이 남성은 미용실 여주인 ㄴ씨와 함께 숨진채 발견된 ㄷ씨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의혹의 설비업자
경찰은 미용실 인근 건물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ㄷ씨가 화재 발생 약 2시간여 전인 오후 3시경 미용실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도봉구 소재 한 페인트 가게에 들른 것을 확인했다.
ㄷ씨는 17ℓ짜리 시너 1통을 구입해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싣고 미용실 방문 전까지 인근에 주차해 있었다. 시너는 페인트나 바니쉬, 락카 등의 점도를 묽게 하거나 희석시킬때 사용하는 용제이다. 화재 및 폭발의 위험이 있어 보관 및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 남성과 미용실 여주인은 무슨 관계였을까. 경찰 관계자는 “유족의 진술에 따르면 사망한 ㄴ씨와 ㄷ씨는 고향이 같은 지인 관계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미용실 안에는 CCTV가 없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두 사람 모두 사망한 관계로 방화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화재 원인과 다른 점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