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겨냥한 비관세장벽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10월6일 기준 한국에 대한 전 세계 주요 비관세장벽 49건 가운데 53.1%에 이르는 26건이 중국에서 시행한 조치였다고 13일 밝혔다. 무역기술장벽(TBT)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위생검역(SPS)·통관 각 5건, 보조금 3건, 지식재산권·수입규제 각 2건, 수출통제 1건 등이었다.
비관세장벽은 정부가 국산품에 혜택을 주거나, 수입품에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방식과 같이 관세를 제외한 모든 무역 관련 규제를 의미한다. 반덤핑 조사 등의 수입규제와 달리 나라마다 정의·기준이 다르고 종류도 다양한 탓에 대응이 어렵다. 당국은 주요 비관세장벽을 추려 중점 관리하고 있다.
수입 조미 김, 젓갈의 세균 수를 제한한 것이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꼽힌다. 조미 김은 비살균 식품이기 때문에 세균 수를 제어하기가 어렵고, 발효식품인 젓갈 역시 일정 수준 세균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한국산 삼계탕 수입을 허용하기로 한 중국이 이듬해 2월 냉장 삼계탕 기준에는 협의했지만 냉동 삼계탕은 명확한 규정을 만들지 않아 수입이 지연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자외선차단제와 같이 특수용도 화장품은 행정허가 신청에만 14가지 서류가 필요하고, 심사를 받는데도 서류 작업을 빼고도 125일이나 걸려 한국 수출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 당국이 2015년 9월 ‘영유아 조제분유 조제법 등록관리방법’을 발표해 제조업체당 브랜드는 5개, 제품은 15종으로 제한하면서 외국 기업은 상품인증과 생산업체·조제법 등록 등의 심사도 통과하도록 한 것도 비관세장벽이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관세 장벽은 낮아졌으나 이 같은 비관세장벽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난해 7월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이 공식 발표된 이후 장벽이 더 높아졌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말 중국 당국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5차 목록’을 발표하며 493개 대상 차량 모델을 포함시켰는데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제외됐다. 또 지난 3일에는 이례적으로 한국산 화장품 19종이 무더기로 수입이 불허되기도 했다.
무역 분야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9% 감소한 상황에서 이 같은 장벽은 수출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측 통상 당국자들과 1차 한·중 FTA 공동위원회회의를 연다. 한중 FTA 발효 2년 차를 맞아 이행 상황이나 양국 통상 현안을 점검하기 위한 양국 정부의 첫 회의인 만큼 사드 이후 ‘보복성’으로 의심되는 조치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주형환 장관은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공동위 회의에서 우리 기업들이 제기하는 사안에 대한 사드와의 연관성을 적절하게 제기하겠다”며 “국제법규 위반 조치가 나오면 관련 분쟁해결 절차를 포함해 이의제기를 적극적으로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