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삶에 스며있는 ‘다섯 색깔’

도재기 선임기자

민속박물관 ‘때깔’전

전통과 현대 아우르는 유물·영상 350여점 통해 색의 의미와 변화상 조명

국립민속박물관의 ‘때(時) 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전의 파랑 섹션(왼쪽)과 전통 색종이.

국립민속박물관의 ‘때(時) 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전의 파랑 섹션(왼쪽)과 전통 색종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색이다. 하늘과 땅, 사람과 만물, 자연의 색이 있고 복식과 기용(器用)과 회화의 색이 있다. 그런데 숭상하는 색이 시대마다 다른 것은 무슨 까닭인가.” 조선 후기의 문인 윤기(1741~1826)는 <무명자집문고(無名子集文稿)>에서 이같이 자문했다.

색은 문화권에 따라, 같은 문화권에서도 시대에 따라 그 의미와 상징이 다르다. 한 문화권의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색채 의식의 파악이 필수적인 이유이다.

한국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색깔은 파랑·빨강·노랑·하양·검정 등 오방색이다.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한 이 다섯 가지 색은 출생부터 결혼, 장례 등 모두의 일상과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특별전 ‘때(時) 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은 한국인의 삶, 한국 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다섯 가지 색의 상징과 의미, 색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다.

전시장은 7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전통의 다섯 가지 색 섹션, 두 가지 색이 어우러지는 배색 섹션, 다섯 가지 색이 모두 융합된 다색 섹션 등이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색인 파랑 섹션에서는 청자와 청화백자·청바지 등 파랑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상징과 의미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양 섹션에서는 두루마기 등 흰색 의복과 백자, 백의민족과 관련한 문헌 등을 선보이고 있다.

빨강 섹션에서는 복을 구하고 사악한 기운을 없앤다는 전통적 믿음의 붉은색이 한국전쟁 이후 공산주의 상징으로 인식된 상황, 이어 한국인을 하나로 결속시킨 2002년 월드컵 응원 당시 등 변화된 붉은색 의미 등을 자료들로 살펴볼 수 있다. 배색 섹션에서는 음양의 조화가 복(福)을 가져온다는 생각에 따라 파랑과 빨강, 하양과 검정, 빨강과 검정이 조화를 이룬 갖가지 전시품을 즐길 수 있다.

전시장은 ‘흥선대원군 초상’(보물 1499호)을 비롯한 귀한 유물, 관복·색동두루마기·도자기 같은 전통 생활용품, 여기에 사진과 조각 같은 현대미술 작품 등 모두 350여점의 실물 자료와 영상물로 구성됐다. 특히 전시장 곳곳에는 색깔별 속담과 고사성어, 천연 염료와 안료, 체험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특별전 취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속박물관 황경선 학예사는 “전통 유물에서 현대미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전시품을 마련했다”며 “옛 선조들이 색에 담아낸 시대정신이나 가치관, 나아가 현재 우리들의 색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생각할 수 있는 자리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2월26일까지.


Today`s HOT
태국의 심각한 미세먼지.. 대기 오염을 초래하다. 놀란 마을 주민들, 멜버른에서 일어난 주택 붕괴.. 일본 경제의 활성화, 관광객들의 신사 유적지 방문 새해 맞이 번영 기원, 불가리아 수바 의식
전쟁으로 얼룩진 이스라엘 군인의 장례식.. 브뤼셀에서 열린 근로 조건 개선 시위
독일 연방의회 선거 앞둔 후보자들의 활동 차별 종식, 인도에서 열린 트랜스젠더들의 집회
에티오피아의 지진.. 주민들의 대피 주님의 축일 맞이 아기 세례 강물에 입수하는 풍습, 네팔 마다브 나라얀 축제 산불로 피해 입은 캘리포니아주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