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춥지 않은 날씨가 지속되면서 두툼한 패딩이 잘 안 팔리는 상황이 되어 업체들이 큰 폭의 세일에 나섰다는 뉴스가 많다. 사실 그동안 패딩은 소위 ‘등골 브레이커’라는 오명을 갖고 있을 만큼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세일은 소비자에게 반가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로 인하여 이익이 줄어들 수 있으니 달갑지 않을 수 있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기업의 이익 감소보다는 옷값이 싸졌다는 데 더 귀 기울일 수밖에 없긴 한데, 과연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들의 손익은 어느 정도일까?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중 상장기업을 제외하고 2015년 매출 2000억원 이상인 5개 기업(블랙야크, 네파, 케이투, 아이더, 밀레)의 재무제표를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내려받아 분석해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이들 기업의 매출원가율은 평균 47%선이다. 가장 적은 기업은 40%이고 가장 많은 기업은 55%이다. 즉 옷 한 벌을 4만원, 5만5000원에 만들어 10만원에 파니까 두 배 가까이 남기는 장사다. 이거 너무 비싸게 팔아서 많이 남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회사도 할 말은 있다. 유통과 판매를 하기 때문에 판매수수료나 매장에 대한 임차료 등 각종 판매비와 관리비가 많이 발생해서 원가 대비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판매비와 관리비가 매출액 대비 평균 39%선이다. 매출액 대비 원가 47%, 판매비와 관리비 39%를 차감하면 이들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4%선으로 계산이 된다. LF, 코오롱인더 등 패션 관련 대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대임을 고려하면 높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5개 기업에서 발생된 2015년 매출액의 합계는 약 1조8000억원대로 4년 전 1조1000억원대에 비해 약 60% 정도 성장했다. 등산복, 등산장비 등의 유행이 놀라운 성장세를 이끌었고 이에 주목했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네파를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런 손익구조는 비단 패션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화장품, 액세서리, 명품 관련 기업들도 손익계산서를 분석해보면 비슷한 손익 형태를 갖고 있다. 2015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원가율은 25%, 제이에스티나는 33%의 원가율을 보인다. 즉 2만원짜리 화장품의 원가는 5000원, 10만원짜리 목걸이의 원가는 3만3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건값으로만 보면 싸게 만들어서 비싸게 판다고 생각되지만 이들 기업 역시 판매수수료, 임차료 등 판매비와 관리비가 60%가 넘기 때문에 영업이익을 많이 내는 편은 아니다.
해외 명품 업체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루이비통, 태그호이어, 불가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모에헤네시 루이비통그룹(LVMH)과 몽블랑, 까르띠에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그룹 같은 명품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손익계산서를 분석해보면 매출원가율은 평균 35%로 계산된다. 200만원짜리 핸드백의 원가는 7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기업 역시 판매비와 관리비가 46%에 달할 정도로 발생되는 비용이 많아서 영업이익률은 20% 내외에서 형성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본다면 좀 씁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품의 제조원가보다 판매비와 관리비가 더 많이 발생하는 구조로 인하여 제품 판매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이 공장에서 생산되어 소비자의 손까지 들어오는 과정이 길다 보니 발생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순수 물건값만 놓고 본다면 판단이 갈릴 수 있을 것이다.
유명 브랜드의 높은 가격과 신상품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소비자라면 고가에 별다른 저항이 없겠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라면 구입을 하지 않거나 할인기간 또는 할인점을 이용할 것이다. 소비취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겠지만, 만약 후자에 해당된다면 기업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재무제표를 한 번 확인하고 구매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분명 좋은 소비습관을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