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스웨덴의 상식…가정이 무너지면 회사도 사회도 무너진다…육아, 당연히 아빠도 해야 하는 일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스웨덴의 상식…가정이 무너지면 회사도 사회도 무너진다…육아, 당연히 아빠도 해야 하는 일

스웨덴의 흔한 카페 풍경 ‘육아빠와 아기’ 스웨덴의 한 카페에서 엄마, 아빠, 아이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스웨덴은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아 참여도가 높아 양성평등 육아가 실현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평가받는다. 홍민정씨 제공

스웨덴의 흔한 카페 풍경 ‘육아빠와 아기’ 스웨덴의 한 카페에서 엄마, 아빠, 아이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스웨덴은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아 참여도가 높아 양성평등 육아가 실현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평가받는다. 홍민정씨 제공

나는 한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거의 모든 워킹맘이 그렇듯 너무나 바쁜 엄마였다. 잦은 야근에 아이들은 엄마 얼굴조차 보지 못하는 날이 허다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회사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첫아이를 낳고 힘겹게 이어가던 회사생활은 둘째를 낳은 후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익숙해질 수 없는 두 아이 워킹맘으로서의 일상을 근근이 이어가던 중 남편이 스웨덴으로 발령이 났다. 우리 가족의 스웨덴행은 갑자기 결정됐다.

스웨덴에서는 공원에 가면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스웨덴 부모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스웨덴 엄마들과 가벼운 인사를 하고 나면 어김없이 “어떤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엄마도 당연히 직업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직업의 유무를 묻는 질문은 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부터 묻는 것이다. 스웨덴의 여성 취업률은 주변 북유럽 국가들과 같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톡홀름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스웨덴 여성들은 거의 모두가 직업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웨덴은 한국이 최하위를 차지한 만 3~5세 자녀를 둔 기혼여성의 취업률 역시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결혼과 출산이 여성이 일하는 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하지 않는 엄마를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다.

스웨덴에서는 아빠 혼자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아이를 챙기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갓난아기는 아기띠에 넣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까지 둘을 데리고 공원에서 놀고 있는 스웨덴 아빠를 보았다. 아이 두 명을 한번에 챙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스웨덴 아빠는 척척 해내고 있었다. 아이 둘과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시간은 한창 일하고 있어야 할 시간인 오후 2시. 무슨 일 하냐고 물으니 스웨덴 통신회사에 다니고 육아휴직 중이라고 하였다. 아내가 둘째를 낳고 8개월간 육아휴직을 한 뒤 복직했고 그 후 6개월 정도 본인이 휴직하고 아이들을 돌볼 예정이라고 했다.

스웨덴은 법적으로 480일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그중 60일은 무조건 남성이 사용해야 하며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스웨덴에서도 한때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면서 출산율이 낮아진 적이 있다. 스웨덴 정부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지하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양성평등에 기반을 둔 가족, 사회가족정책을 만들고 육아와 아동복지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인식을 키웠다. 스웨덴에서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월급의 최대 80%까지 국가가 보전해 준다. 스웨덴은 워낙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이니 육아휴직 시 지원받는 금액 자체를 우리나라 사정과 비교하고 싶진 않다. 우리나라도 법적으로 남녀 상관없이 1년간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받는다. 이는 OECD 국가 중에도 최고 수준의 휴직기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용이 안정돼있는 직업군에서 여성에 한해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남성의 육아휴직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요즘은 한국 아빠들도 육아에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아빠들이라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지 않으랴. 하지만 아빠는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야근, 회식, 주말근무는 빠질 수가 없고 상사 눈치가 보인다. 아무리 좋은 육아휴직 제도가 있다 한들 아예 사용해볼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 남성이 휴직을 한다는 것은 이직을 준비하거나 승진을 포기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반면 스웨덴 회사는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고 근로자의 시간 활용에 관대하다. 야근을 하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일을 못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한다. 야근을 자주 하게 되면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어 가정불화가 생기게 되고 업무에도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 여긴다. 직원의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회사 전체, 나아가 국가 전체까지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눈앞에 닥친 상황만 생각하면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의 육아휴직을 반길 수는 없다. 하지만 스웨덴 회사는 육아휴직 후 돌아온 직원은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성실히 일하는 직원이 된다고 믿는다.

스웨덴 엄마인 안나는 복직하기 한달 전에 인사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하였다. 원래 본인이 하고 있던 업무를 다른 사람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업무로 복귀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양해를 구하고 더 나은 업무를 할 수 있는 부서로 배치해 주었다고 했다. 휴직 후 이직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회사의 방법이라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육아휴직 이후에도 아이가 8세까지는 원래 근무시간의 85%까지 줄여서 일할 수 있다. 주 3일은 출근하고 주 2일은 재택근무를 하는 식으로 업무방법을 조정하여 육아 부담을 덜기도 한다. 회사일과 개인사의 균형을 이루는 직원을 최고의 직원으로 생각하고 고용주는 양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건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것은 좋은 법과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이다. 스웨덴은 1960년대부터 남성의 육아 참여 논쟁이 시작돼 사회적으로 남성의 육아 참여를 이끌어내고 육아휴직을 당연하게 사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기반을 마련하여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어린이집 하원시간에 데리러 가면 스웨덴 아빠, 엄마 거의 같은 비율로 아이를 데리러 온다. 스웨덴 아빠들에게 육아는 아내를 도와주는 일이 아닌 그저 본인이 해야 할 일이다. 한국 여성들은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 아이 낳기를 포기하거나 직장을 포기한다. 왜 한국 여성은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할까?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회사 경영층, 사회 지도층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남성의 역할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웨덴 엄마들에게 일하면서 스트레스받는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스웨덴 엄마들은 아이를 혼자 키우지 않는다. 아이는 가족이 함께 돌보고 직장에서 지원해주며 국가가 보호해준다.

▶글·사진 홍민정

[맘고리즘을 넘어서]스웨덴의 상식…가정이 무너지면 회사도 사회도 무너진다…육아, 당연히 아빠도 해야 하는 일

국내 대기업에 다니며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가던 워킹맘이다. 갑자기 스웨덴에 거주하게 되면서 북유럽 육아를 체험하고 있다.

(storm0925@naver.com)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