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 이런 회사에 다니는 부모들은 ‘로또 맞은 사람들’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맘고리즘을 넘어서]하루 6시간 근무에 ‘칼퇴’하라고 등 떠미는 회사…‘로또’ 같은 직장, 한국에도 있네요](https://img.khan.co.kr/news/2017/01/26/l_2017012701003210400290951.jpg)
롯데그룹이 자녀를 출산한 아빠가 최소 1개월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호응은 ‘대박’이다. 벌써 이 제도를 사용했거나 사용하겠다는 아빠들이 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렇듯 국내 기업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을 의무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직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를 거두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하루 6시간 근무
보리출판사는 2012년 하루 6시간만 근무하는 단축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보리출판사 직원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4시쯤 퇴근한다. 보리출판사는 업무시간을 줄이면서도 근무 집중력을 높여 업무량이 줄어들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월급도 이전과 동일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 가장 큰 덕을 본 것은 이 회사의 엄마·아빠들이었다. 보리출판사 편집자이자 17개월 아이의 엄마인 박세미씨(34)는 퇴근시간이 이른 덕분에 부모나 베이비시터의 도움 없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박씨는 “6시 퇴근에 간혹 야근도 하는 이전 직장에서라면 지금처럼 육아를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6시간 노동제가 확산되면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족 기념일엔 오후 4시 퇴근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아한 형제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엔 직원들이 ‘강제로’ 쉬도록 했다. 또한 직원들이 가족 기념일마다 오후 4시에 퇴근하도록 하는 ‘지만가’(지금 만나러 갑니다) 제도를 통해 가족끼리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보장했다. 사원들이 혹여 눈치를 보느라 퇴근하지 못할까봐 ‘피플팀’ 팀원들이 해당 직원 자리에 직접 찾아와 퇴근을 시킨다. 물론 직원 대부분이 오후 6시30분에 칼퇴근을 한다.
■ 국내 최대 직장어린이집
엄마·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출퇴근할 수 있도록 직장어린이집을 마련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국내법상 최대치인 정원 300명의 직장어린이집은 16곳에 달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직장어린이집인 ‘늘예솔어린이집’의 정원을 300명으로 늘렸다. 정원이 늘면서 입소 경쟁률이 낮아져 희망 직원들은 대부분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됐다.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카카오 사옥이 위치한 경기 판교로 이사를 하는 직원들도 생겼다.
이외에도 이마트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임신기간 근로단축제를 시행하고 있고 통신업체인 LG유플러스는 오는 3월부터 퇴근시간(오후 6시30분)이 되면 컴퓨터를 강제로 끄는 ‘PC오프제’를 도입한다. 국내 기업들의 상명하달 및 야근을 조장하는 근무 환경이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거센 요즘 이런 회사에 다니는 부모들은 ‘로또 맞은 사람들’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