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8인의 해법
경향신문 신년기획 ‘맘고리즘(momgorithm)을 넘어서’ 팀은 주요 대선주자들에게 육아와 돌봄을 여성(mom)에게 전담시켜 굴러가는 한국 사회의 작동방식(algorithm)을 바꾸기 위해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각 대선주자들이 보내온 답변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분석·진단했다. 기준은 구체성, 실현가능성, 성평등성, 혁신성 등이었다. 자문단에는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김남희 변호사(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이 참여했다. 각 주자의 배치 순서는 지난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지지율 순서를 참고했다.
![[맘고리즘을 넘어서-대선주자 8인의 해법]‘맘고리즘’ 바꾸고 고치고 끊어 1인2역 지친 ‘맘’ 어루만진다](https://img.khan.co.kr/news/2017/02/12/l_2017021301001553400132691.jpg)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 임금 줄이지 않고 노동시간 줄이기
간판 정책은 ‘임금 감소 없는 유연근무제 시행’이다. 미취학 아동의 부모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임금 감소 없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안이다. 연차휴가 사용 의무화, 주 52시간 법정노동시간 준수 등의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자동 육아휴직제도’도 눈에 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신청을 연계해,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경우만 별도로 신청하도록 하는 제도다.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도 내놨지만 답변에 구체적 기준은 없었다. 보육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률을 현행 10% 수준에서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밀집지역과 산업단지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우선 확충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노동시장에서의 성불평등 해소책은 최저임금 인상, 여성임원 할당제다. 기업별 여성관리직 비율을 30%, 이사회 내 여성임원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21%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입찰하는 사업장에 정시퇴근, 육아휴직, 임금차별 금지, 비정규직 축소 등을 평가지표로 넣어 우선권을 주는 방안도 제안했다. ‘워킹맘’이 아닌 ‘워킹부모’를 위한 정책을 표방했다.
▶강점 = 전체적 방향은 올바르다. 자동 육아휴직제도와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소기업 밀집지역과 산업단지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우선적으로 확충하겠다는 점도 구체적이다. 여성 노동시장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후보보다 구체적 해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제시하고 있다.
▶약점 = 대표적 제안(양육기 부모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임금수준을 보장하면서 어떻게 단축근무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이 없어 아쉽다. 남녀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여성 고용차별의 빌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여성들이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에 많이 몰려 있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할 방안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다양한 육아지원정책의 혜택이 중소기업·빈곤층에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안희정 충남지사 - 육아휴직 장려하면 기업에 세제 혜택
육아휴직 활성화를 강조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기업에 조달청 물품 구매 또는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육아휴직 사용률이 40%에 그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 소득대체율을 실업급여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육아휴직 아빠할당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어린이집에서 교사 1인당 담당 학생수를 늘리는 초과보육을 금지하기로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육아정책 격차 해소를 위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주는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육아휴직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육아휴직 급여 적용대상을 자영업자까지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부모보험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모보험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시장 성불평등 해소를 위해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직종·직급별, 회사규모별, 성별에 따른 임금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강점 = 노동시장의 성불평등 현황을 고용형태나 임금, 업종 등에서의 성별 격차로 접근한 점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높여 육아휴직률을 높이겠다거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정책은 구체적으로 추진할 경우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약점 = 전체적으로 구체적 실현 방안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할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육아휴직 확대로 제시한 ‘아빠할당제’에 대해서도 기존에 운영 중인 ‘아빠의 달’과 어떤 점이 다른지 제시할 필요가있었다. 임금수준 공개 제안은 현장의 저항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부모의 육아 및 돌봄 역할이 여성에게 과중하게 부담되는 문제에 대한 답변도 부족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 근로감독관 늘리고 여름휴가는 2주로
철저한 근로감독을 통해 저녁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감독관인 노동경찰 인원을 현재 1195명에서 1만명으로 대폭 증원하고 이들에게 사업장 직권조사권을 부여하겠다는 구체적 방안도 들어 있었다.
일·가정 양립 제도의 실효성 확보 방안으로는 워킹맘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주당 40시간 초과노동, 업무시간 외 회사 모임 참석을 엄격하게 금지할 방침이다. 남성의 육아휴직 증대를 위해 공공부문 기관평가에 남성 육아휴직률 항목을 반영하고 남성 육아휴직 쿼터제 도입도 고려 중이다. 성남시장으로 재직 시 공공부문 육아휴직기간(3년)을 모두 경력으로 인정해 육아휴직률을 높였던 정책을 향후 민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육아휴직기간 소득대체율을 8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여름휴가를 2주씩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해소 방안으로는, 어린이집을 자체 운영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사정을 고려해 중소기업과 자치단체가 협약을 맺어 준직장어린이집이나 준시립어린이집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강점 = 철저한 근로관리감독을 위해 근로감독관을 1만명까지 증원하겠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제도의 실행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육아휴직 기간을 3년까지 경력으로 인정해주거나 소득대체율을 80%로 높이고 청소년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등의 공약은 파격적이다.
▶약점 = 부모가 육아에 공동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보다 워킹맘에 한정된 정책을 내놨다. 워킹맘의 초과노동과 회사모임 참석을 금지하겠다는 구상은 여성을 열등한 노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맞벌이 부부가 경력을 이어가면서 육아책임을 부부가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어 직장어린이집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 성평등 공시제도로 일·가정 양립 도와
‘성평등 공시제도’와 ‘돌봄할당제’가 눈에 띄는 정책이다. 성평등 공시제도는 성별·고용형태별 임금, 실근로시간, 휴가·휴직 사용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의무화해 일·가정 양립을 가로막는 기업을 제재하는 제도다. 돌봄할당제는 육아휴직 초기 3개월의 소득대체율을 100%로 올리는 방안이다. 현재 ‘아빠의 달’은 배우자가 두 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첫 3개월간 소득의 100%(150만원 한도)를 제공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어머니의 육아휴직을 전제로 한 제도로 성평등한 부모 돌봄참여를 막는다”며 “초기육아 3개월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육아휴직기간 확대에는 부정적이다. 대신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60%(200만원 상한)로 올리고, 공보육 강화를 제안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을 30%로 올리고, 보육예산 확보를 최우선하겠다고 밝혔다.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돌봄기금’을 제안했다. 임신, 출산, 육아, 간병 등 돌봄의 국가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40%에 달하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선 성평등 임금공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강점 = 신선하다. 성평등 공시제도는 현실을 바꿀 가능성이 높고, 돌봄할당제는 육아휴직 사용률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다. 돌봄기금은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고민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돌봄 민주주의’를 프레임으로 쓴 것은 육아를 평등과 민주주의 문제로 진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약점 =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에 강제하는 내용이 거의 없는 점이 아쉽다. 실제 효과성이 높을지 의문시되는 이유다.
노동시장의 성차별 문제와 관련해서는 성평등 임금공시제도 외에 기업이나 고용관행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돌봄할당제는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자는 제도와는 취지가 잘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 육아휴직 최대 3년…돌발노동 금지법도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위해 민간부문의 기업에서도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으로 늘리는 ‘육아휴직 3년법’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육아휴직 급여도 통상임금의 40%에서 60%로, 상한선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대상 자녀도 현행 만 8세에서 만 18세로 확대하고, 육아휴직을 최대 3회에 나눠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여기에 육아휴직 기간에 소득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부모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영세기업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권역별 어린이집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정 양육수당을 어린이집 지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도 내놨다.
노동시간 단축 방안으로는 ‘칼퇴근법’과 ‘돌발노동 금지법’을 제안했다. 퇴근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무 지시 금지, 최소 휴식시간 보장, 최대 근무시간 규정 등이 골자다. 또 기업에는 근로시간 기록 의무를 부과하고, 정부가 주요 기업의 근로시간을 공개하는 근로시간 공시제 도입을 강조했다. 공공 부문의 여성 관리자 할당제도 제시했다.
▶강점 = 전문가들은 장시간 근무환경이나 양육의 여성전담 현실에 대한 문제 인식과 원인 파악이 적확하다고 진단했다. 돌발 업무 금지, 근로시간 공시제, 최대 근로시간 규정 등 제안한 정책들이 상당히 신선하고 구체적이라고 판단했다. 대선공약 1호로 저출산 대책을 내놓은 데다, 정책 발표 시점도 다른 후보들보다 앞서 이슈를 선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진정성도 높이 평가받았다.
▶약점 = 젠더적 차원의 고민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책의 대부분은 가부장적 문화를 인정하는 접근이 많았다. 육아휴직 3년 확대의 경우 여성의 직장 복귀를 어렵게 하고, 기업이 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양육수당을 어린이집 지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하겠다는 것 또한 가정보육을 중시, 여성의 경력 단절을 촉진할 우려가 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 관리·감독 강화해 저녁 있는 삶 실현
핵심은 ‘저녁이 있는 삶’과 법·제도의 엄격한 집행이다. 지난 대선 때 내걸어 지금은 자신의 브랜드가 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강조하면서, 육아휴직과 유연근무 등 이미 법으로 보장된 제도의 시행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방안으로는 기업이 초과근로수당을 비용처리하지 못하게 하고, 법정근무시간을 감시·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여름휴가를 2주 확대해 연차휴가 100% 사용 유도, 공공부문부터 야근 금지 등도 제시했다.
현행 육아휴직에 대해서는 기간 확대와 급여인상이 필요하다고만 밝혔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 이용 아동의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신축되는 공공건축물에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의무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노동시장의 성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여성 시혜적 관점에서 벗어나겠다고 강조했다. 대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엄중한 처벌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로 보낸 시간을 승진 소요시간에 포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강점 =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돋보인다. 초과근로수당의 손금산입 불허도 초과근로를 용인하는 기업주에게 경제적 손해를 입게 하는 방안으로 실효성 높은 정책이다. 법·제도의 개정과 엄격한 집행에 대한 의지도 선명하다. 국공립어린이집 비율 50%는 다소 과장돼 보이지만 좋은 방향 설정이다.
▶약점 = 근로시간 단축 이외의 문제에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 ‘저녁이 있는 삶’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성평등 관점으로는 접근하지 못했다.
가령 출산·육아 기간의 승진소요시간 산입은 고용주에게 여성을 추가비용이 드는 인력으로 인식하게 해 고용 자체를 꺼리게 만들 우려가 있다.
‘초과근로수당 손금산입 불허’도 자칫 기업의 수당 지급 억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남경필 경기지사 - 육아휴직 장려 기업 고용보조금 지급
현 시스템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나 보조금 등을 주된 정책수단으로 내세웠다. 근로시간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연장근로를 포함한 주 52시간 근로제 정착과 ‘야근 없는 날’의 점진적 확산, 야근 단축에 따라 인력 확보가 필요할 경우 고용보조금 지급 등을 제시했다.
육아휴직 활성화 방안도 큰 틀은 같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기관과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육아휴직으로 대체인력이 필요한 경우 고용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이나 근로단축제로 나머지 인력의 업무 부담이 증가했을 때는 해당 조직에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육아휴직 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을 늘리는 등 보육인프라 개선과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가 먼저라는 것이다. 현재 통상임금의 40%, 최대 10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를 어떻게 개선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공보육 강화 방안으로는 국공립 수준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경기도 따복 어린이집’ 같은 공공형 어린이집을 내놨다. 기존 민간 어린이집 중 희망하는 곳을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강점 = 주 40시간 근로제 등에 초점을 맞춘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일·가정 양립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타당하다. 현행 근로시간 규정을 준수하되 야근일수를 줄여가겠다는 정책이 현실적이다. 경기도 도정 경험이 있다 보니 민간 어린이집의 공공형 전환이나 공동 직장어린이집 등도 실현 가능성이 높다.
▶약점 = 전형적인 현금 보상 정책이지만 방법이나 금액 등 구체적 실현방안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기업 지원금과 육아휴직 시 소득대체율 인상을 제시했으나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를 실질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과 원인에 대한 파악이 돼 있지 않다.
전반적으로 성별 불평등에 대한 개선 의지나 성평등에 대한 고민이 담긴 정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 남편 유급 출산휴가 최대 30일까지 확대
육아휴직 엄마·아빠 의무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부부 양쪽 모두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자의 유급 출산휴가를 현행 3일에서 최대 30일까지 확대하고 부부가 출산휴가를 한달씩 쓸 수 있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유아휴직 기간을 16개월로 확대하고,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를 최대 3년까지 나눠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육아휴직 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돌봄지원인력센터 건설을 제안했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결원을 보충하는 인력 지원 기관이다. 이와 함께 일·가정 양립과 관련, 감독을 강화하고 위법 사항 적발 시 과태료를 20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보육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이 낮거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국고지원을 확대하고 교사 1인당 담당 아동수를 탄력적으로 늘릴 수 있게 허용했던 초과보육제 폐지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민간 어린이집의 교사 처우를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시장의 성불평등 해소를 위해 여성이 육아를 전담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부모, 사회, 국가가 모두 나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강점 = 정책의 구체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돌봄지원인력센터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채울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에 운영 중인 여성대체인력지원센터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는 밝혀야 할 대목이다.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를 개선해 좋은 일자리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보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방향이다.
▶약점 =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으로 확대하고 휴직 기간 급여를 150만원으로 올려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이 민간기업에서도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또한 가정 내에서 육아가 여성에게 부담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임금이나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부모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주자들이 저출산 문제와 일·가정 양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맘고리즘’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바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이 비교적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있고, 지지율 높은 후보들은 방향만 제시했다”며 “아이템은 많지만 전체적 사회 틀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이나 시간 빈곤 문제에 모두 주목하고 있지만, 해결 방법에 있어선 성평등적 관점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2005년 호주제 폐지 이후 여성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제도는 없어졌다. 이제는 여성의 일상과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디테일’을 갖춘 정책이 필요하다”며 “(대선주자들의 답변은) 이미 있는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등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며 “대선 레이스 동안 체계와 내용을 보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