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에서 양성평등한 육아, 일과 가정·삶이 조화된 사회를 만드는 일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육아휴직 3년 확대, 칼퇴근법 등을 발표하는 등 선도적으로 정책을 내놓았다. 이어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남성 육아휴직 의무할당 등을 핵심으로 하는 ‘슈퍼우먼 방지법’을 발표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임금 감소 없는 유연근무제를 제시했다.
경향신문의 신년 기획 ‘맘고리즘(momgorithm)을 넘어서’팀은 주요 대선주자들에게 ‘육아와 돌봄을 여성(mom)에게 전담시켜 굴러가는 한국 사회의 작동방식(algorithm)’을 바꾸기 위해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심각한 저출산, 세 아이를 둔 보건복지부 워킹맘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 충격을 던진 가운데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상차림은 풍성해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주자들이 저출산 문제와 일·가정 양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맘고리즘’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바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이 비교적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있고, 지지율 높은 후보들은 방향만 제시했다”며 “아이템은 많지만 전체적 사회 틀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이나 시간 빈곤 문제에 모두 주목하고 있지만, 해결 방법에 있어선 성평등적 관점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2005년 호주제 폐지 이후 여성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제도는 없어졌다. 이제는 여성의 일상과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디테일’을 갖춘 정책이 필요하다”며 “(대선주자들의 답변은) 이미 있는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등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며 “대선 레이스 동안 체계와 내용을 보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