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지금 생사의 기로에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간판급 재벌들이 전경련을 공식 탈퇴했다. 재벌의 이익단체라는 존립 기반이 무너진 것이다. 설립 56년만에 맞은 퇴출 위기는 정권의 ‘모금 창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 돈들이 차명 계좌를 통해 시장경제 발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들에 흘러가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시장경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투명성, 공정성을 짓밟은 행위들이다.
그 중심에 이승철 부회장이 있었다. 그러나 전경련은 조직을 망쳐놓은 장본인에게 수십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을 직장으로 하는 사람들은 정작 아무런 위기 의식이 없는 모양이다. 자신이 일하는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에게 거액이 나가는데도 내부 구성원들의 ‘분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일하는 회사가 기업과 국민에게 지탄을 받는데도 그 흔한 반성문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권위적인 조직이라도 조직 자체가 위험에 빠졌을 때는 치열한 내부 개혁의 움직임이 나온다. 가장 보수적인 법원도 1988년 6월 소장판사 대부분이 연판장에 서명하는 ‘2차 사법파동’을 경험했다. “민주화 열기의 와중에서도 사법부가 아무런 자기반성의 몸짓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주장한 평판사들의 주장에 대법원장이 퇴진했고, 이후 지명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전경련은 지금 쇄신안을 마련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그 쇄신안마저 이 부회장이 주도한 것이라고 한다. 전경련은 이 부회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조직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왼쪽부터)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8차 변론에 출석하기 위해 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