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2차 합동토론회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 “만약 법인세 명목세율을 30%로 높인다면 세수는 늘지 몰라도 오히려 우리 경제를 크게 위축시키고 해외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우리나라 법인세 명목세율의 최고세율이 22%인데 OECD 평균이 22.8%로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은 아니다”라며, 법인세 증세에 대해 “실효세율을 높이고 최저한세율을 높여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을 높이는 걸 우선으로 하고, 그 이후에 명목세율 인상에 대해선 주도면밀한 검토하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재벌 개혁 의지가 없다” “전경련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 확인해봤다.
① 법인세를 높이면 경제가 위축된다?
세법에 정해진 법인세 최고 세율은 22%(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에 적용)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2%보다 조금 낮다. 지방세(2.2%)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 명목세율은 24.2%로 미국(지방세 포함 39.0%), 독일(30.2%), 프랑스(34.4%), 일본(34.6%) 등 주요국보다 낮다. 그러나 OECD 가입국은 아니지만 우리와 경쟁 관계가 높은 싱가포르(17%), 홍콩(16.5%)에 비해선 높다.
그러나 고용이나 투자, 연구·개발 등을 많이 하는 기업에 주어지는 각종 공제·감면제도로 인해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법인세 실효세율은 크게 낮아진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15.05%(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과표기준 5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경우 법인세 실효세율은 16.4%(2014년 기준)였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25%에서 22%로 낮춰진 뒤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법인세 감세 후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이 늘었다는 지표는 없고, 오히려 사내유보금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과표 5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3%포인트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인세율 인상 효과에 대해선 분석이 엇갈린다.
진보 진영에선 늘어나는 복지 재정을 대비하기 위해선 최소한 이명박 정부 시절 인하한 세율 만큼은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조세부담 불평등’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세율과 투자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이 전세계적인 연구 결과”라며 “법인세 비중은 기업 총 비용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에선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고,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현행 세율을 1~2%포인트 낮추는게 법인세를 ‘정상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문 전 대표의 발언은 실질적인 세 부담을 우선 높이는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법인세율 인상을 반대하는 재계의 논리를 인용했다고 볼 수 있다.
② 명목세율보다 실효세율을 높이는게 우선이다?
세법상 규정된 법인세 명목세율을 높이기에 앞서 대기업에 치우친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월 부산에서 열린 ‘상공인 간담회’에서도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특혜적 조세감면제도를 고치면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올라갈 것”이라며 “이렇게 해도 추가 세수확대가 필요하면 명목세율을 올릴 수 있지만 이것 역시 대기업에 한해서 올려야지 중소기업 명목세율 올리는 것은 반대다”라고 말했다. ‘선 실효세율, 후 명목세율 인상’인 셈이다.
실효세율 인상에 방점을 뒀다는 점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 유사한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그간 법인세율에는 손을 대지 않는 대신 대기업에 대한 공제·감면을 줄이는 방법으로 실효세율을 높여왔다. 법인세 실효세율은 현 정부 첫해인 2013년 17.1%에서 2014년 17.2%, 2015년 17.6% 등으로 매년 조금씩 높아졌다. 그러나 이 기간 법인세수는 43조9000억원에서 45조295억원으로 1조1295억원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이 정도로는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법인세 실효세율을 아무리 올려도 최대 5조원이고, 대기업은 3조원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문 전 대표의) 한 개 공약도 커버할 수 없다”며 공격하는 이유다.
물론 문 전 대표는 법인세율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법인세 인상을 금기시해온 박근혜 정부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문 전 대표가 증세 순위에 있어 법인세율 인상을 제일 마지막에 두고 있다는 점은, ‘실제로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3일 1차 토론회에서 “첫째는 고소득자 소득세를 높이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고액 상속세, 그 다음에 자본 소득 과세 강화하겠다는 것이고 그 다음 단계로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그래도 부족하면 명목세 인상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