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나 주요 상권마다 자리한 빵집 ‘파리바게뜨’는 은퇴 후 마땅한 계획이 없는 상당수 직장인에게 희망이다. 창업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살아남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 계약을 철회한 가맹점은 3300여곳 중 2곳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자영업과 마찬가지로 파리바게뜨 역시 큰돈을 벌기는 어렵다. 파리바게뜨 직영매장 매출 추이를 보면 2011~2016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6.6%보다 훨씬 낮다. 경쟁이 거세지고 내수 침체가 깊어진 탓이다. 특이한 것은 이 기간 임차료(월세)가 43% 급등했다는 점이다. 상가를 빌린 자영업자가 매출 유지를 위해 땀 흘리는 사이 상가 주인은 짭짤한 임대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는 빈말이 아니다.
그나마 파리바게뜨는 ‘꿀’ 자영업이다. 진입장벽도 좁고, 아무나 할 수 없다. 한국은 전체 취업자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이다. 그런데 상당수는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 자영업자의 절반은 연 매출이 46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영업이익률이 20%라고 해도 한 달 100만원 벌이도 못하는 셈이다. 별다른 준비 없이 뛰어들기 쉬운 숙박·음식점, 도·소매는 창업 후 3년 안에 폐업하는 사례가 70%에 육박한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은 자영업자가 떠안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자영업자가 문을 닫을 위험이 최대 2배로 커진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는 가계부채 시한폭탄의 뇌관이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자영업자가 위기라고 언론마다 떠들어대니 정부도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자영업자 대출 통계를 더 정확히 만들고, 대출심사 체계를 정교화한다는 것이었다.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이른바 ‘모니터링 강화’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터져도 한국 금융당국은 한결같이 모니터링만 강화하겠단다. 전가의 보도로 여긴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은행장 출신 금융계 인사가 최근 사석에서 내놓은 해법이 오히려 효과적으로 들린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내수가 위축되고,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데 대책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대(地代)를 낮추면 된다”는 단순하지만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대부분 상가를 임차해 쓰는 상인을 대상으로 월세를 낮춰주면 이익률이 높아져 소득 향상-자생력 제고-매출 확대-고용 창출 등 자영업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건물주가 나라경제와 내수를 걱정해 월세를 내려줄 가능성은 없다. 경향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동 기획 중인 ‘지주의 나라-불로소득이 문제다’(경향신문 3월6일자 1·6면 보도)를 보면 지난 30년간 평균 임금은 2465만원 올랐는데, 서울 강남 아파트값 상승액은 10억원을 웃돈다. 상승액을 비교하면 집값이 임금의 43배이다. 정부가 노동자나 자영업자를 배려하지 않고 지주를 위한 부동산정책을 편 탓이다. 그 결과 개인 토지는 상위 10%가 전체의 65%를 소유하고, 법인은 상위 1%가 전체의 75.2%를 소유하고 있는 토지 집중을 초래했다. 토지를 과다 보유한 개인과 법인은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는 특권을 누린다. 이런 구조는 소득 불균형만 깊어지게 할 뿐 시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대선 출사표를 던진 야권 주자들이 한목소리로 부동산 보유세 강화 공약을 외치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투기가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도 내려간다. 주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국토보유세 공약이다. 토지 소유 규모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과해 불로소득과 특권구조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국토보유세 도입에 따른 세수 순증분 15조5000억원을 모든 시민에게 30만원씩 기본소득으로 분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가깝게는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구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문제를 푸는 정답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불로소득이라면 당연히 세금으로 환수해 분배해야 한다. 조물주 위로 올라간 건물주는 내려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