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것에 대해 “한국 국민과 민주적 기관이 자국의 미래를 결정한 것으로, 우리는 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경향신문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다른 나라의) 국내 이슈에 대해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며 “한·미동맹은 계속 지역 안보의 핵심이 될 것이고, 우리는 특히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을 포함해 동맹국의 책임을 계속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한·미동맹은 확고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국면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하며 북핵 문제를 협의했다. 다만 한국의 차기 정부 성격에 따라 한·미관계에도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야당은 박근혜 정부가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토너가 “한국 국민이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더라도 생산적 관계를 기대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는 한국의 새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새 정부의 결정과 정책에 대해서는 미리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향후 한국 대선에서 사드 등 안보 현안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지만, 선거 후 들어설 새 정부와 미국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미국 정부를 향해서는 “앞으로 한국 대선 과정에서 나올 극단적인 레토릭(수사)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탄핵 결정으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다음주 방한은 더욱 중요해졌다. 토너는 “틸러슨 장관은 현지에서 이런 주제들을 놓고 많은 대화를 할 것이다. 한국 정부와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한국과 북한 문제에서 연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한국의 새 정권과 여러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소환 중인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 문제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한국의 유력 대선주자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탄핵 정국 내내 한국에는 복잡한 현안들이 있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일본과의 ‘소녀상’ 갈등,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새 정권은 “국정 혼란을 해소하는 것과 함께 국민의 분열을 막는 것도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으나 중국 언론들은 한국의 대통령 탄핵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관영 CCTV는 10일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생방송 회견을 중단하면서까지 한국 헌재의 결정 과정을 생중계했다. 신경보는 논평에서 “박근혜를 이긴 것은 헌재나 국회가 아니라 민심”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