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이후 각 정부 부처들은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기획재정부에 “시장 안정과 대외 신인도 유지, 민생경제 안정에 역점을 두고 경제를 관리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황 권한대행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수출·투자 등의 동향을 철저히 살피고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하라”고 밝혔다.
신용평가사와 해외 투자자 등과 소통해 정치 상황에 관계없이 한국의 경제 시스템은 안정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라는 당부다. 또 정치적 불확실성이 물가와 고용 등의 어려움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대응해달라는 점도 덧붙였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신용평가사 등에 서한을 보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다. 또 이날 오후 3시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해 내부도 단속할 방침이며 오는 12일에는 경제관계장관 간담회를, 14일에는 경제현안 점검회의를 진행해 경제상황을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간부회의에서 “시장의 불안과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위기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조그마한 불안요인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하고 안전장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투자자나, 금융권 종사자 모두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어떠한 불안감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당부했다. 금융위는 확고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비상대응체계를 즉시 가동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1급 간부회의를 열어 이번 사안이 수출과 투자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1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실물경제비상대책본부를 즉시 가동해 수출·외국인투자 동향, 통상문제 등을 점검하고 유관 기관과 공조체제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지난 5일 방미 길에 올랐다 10일 새벽 급히 귀국한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오는 11일 무역·산업·에너지·중소기업 관련 주요 공공기관장 회의도 열 예정이다.
10일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에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최종 선고 중계방송이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주요 실·국장회의를 가졌던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오후 2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교육부 주요 간부들과 다시 영상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선 공무원들은 헌재 결정 이후에도 담담한 분위기를 보였다. 선고가 생중계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는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로 업무가 진행됐다. 이따금씩 바깥에 쉬러 나온 공무원들은 핸드폰 등으로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었다. 일부 부처들은 자칫 흔들릴 수 있는 내부 분위기 관리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 감사관실은 이날 탄핵 결정 직후 ‘미래부 공직자 특별 공직기강주의보’를 발령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엄중한 시기이므로 비상근무체제하에 공직윤리 준수, 정치적 중립 등 공직기강 확립에도 각별히 유념해 줄 것”을 지시했다. 또 원자력·연구실 안전, 방송통신망 전파교란, 사이버보안, 지진 등 재난안전 분야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응 태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서울에서 긴급 현안회의를 준비 중인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앞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어 자칫 큰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공직자로서 현 시국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여 맡은 바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절제되고 신중한 언행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진엽 복건복지부 장관도 비상간부회의를 소집해 “탄핵결정 관계없이 맡은 일을 다하는 것이 공무원의 소명”이란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주말에도 간부들을 유선 상에 대기시키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르니 전화를 받으면 바로 출근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날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자기 맡은바 소임을 흔들림없이 수행하고 있다”며 “장관은 서울에 있고 차관 이하 간부들은 세종에서 정위치 근무하면서 국민 걱정 없도록 공직기강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탄핵심판 다음날인 11일에도 확대기관장 회의를 열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탄핵 선고 이후 “대통령 탄핵 심판 진행 중에도 공정위는 그간 제도 개선을 꾸준히 진행했고 변함없이 업무를 진행했다”며 “헌법재판소 판단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