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부 파면 결정 영향 준 ‘근거’는
“정호성, 박근혜 포괄적 지시 따라 국가 문서 최순실에 전달” 판단
“최순실, 국무회의 기록 관여 봤다”는 차은택 진술도 받아들여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1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인근 대형 전광판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그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박민규 선임기자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선고받은 데는 핵심 참모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의 탄핵심판 변론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날 선고된 박 대통령의 파면 사유는 ‘사인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이다. 사인은 최순실씨를 가리키는데 국정농단을 둘러싼 최씨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드러낸 것이 이들의 진술이다.
재판부는 ‘박근혜-안종범·정호성-최순실’로 이어지는 국정농단의 연결고리를 사실로 확인했다. 최씨는 “공모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모른다”고 지난 1월16일 5차 변론에서 말했다. 박 전 대통령도 “최씨가 국정에 개입해 농단할 수 있게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가 정책사항이나 외교와 관련된 수많은 문건들을 전달해주지 (않았다)”고 최후진술서에서 부인했다. 이런 완강한 부인을 무너뜨린 것은 정 전 비서관과 안 전 수석의 증언이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최씨의 의견을 들어서 반영하라’는 말씀이 있었고, 그분(최씨)이 간단히 전화로 의견을 전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난 1월19일 7차 변론에서 인정했다. 다만 최씨에게 47건의 공무상 비밀을 전달한 것은 자신의 ‘과잉 충성’ 탓이라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포괄적 지시에 따라 정 전 비서관이 문건을 전달해준 것으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차명 휴대전화(일명 ‘대포폰’)를 썼다는 정 전 비서관의 증언도 재판관들의 심증을 굳히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차명 휴대전화로 통화했다는 정황을 굳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안 전 수석의 증언과 업무수첩은 더욱 결정적이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와 면담 후 기업 모금 관련 300억원 이야기를 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지난 1월16일 5차 변론에서 말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재단의 임원 명단과 연락처 등을 알려준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최씨에게 이익을 안겨준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부품회사 KD코퍼레이션 특혜 계약,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 특혜 계약 등이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소추위원이 ‘(최씨를 지원한) 수첩 내용은 대통령에게 들은 것을 적은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최씨의 측근들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증언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최씨가 국무회의 기록으로 보이는 것들을 자신의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을 그의 사무실에서 봤다”고 했다.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대통령이 몇시에 어느 장소에 가는지는 극비문서에 해당하지 않느냐. 하지만 최씨는 그런 시간표를 나한테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재단 운영은 청와대가 맡았다고 이해하면 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광의로 보면 그렇다. 직접 지시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이 했다”고 변론에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