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국무회의·NSC 주재·대국민담화 등 ‘숨 가쁜 일정’ 소화
“초유 상황 책임감” 거취 표명은 안 해…대선 등판 땐 더 큰 혼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대 60일 동안 권한대행직을 더 수행하게 됐다. 황 권한대행은 헌재 결정 이후 각 부처에 긴급 지시를 내리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임시 국무회의를 잇따라 소집해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국정 최고책임자로 과도기를 극복해야 하지만 그의 앞길에는 불거진 외교·안보 현안 등 만만치 않은 숙제가 놓여 있다.
■ 황 권한대행, “무거운 책임 느껴”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2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에 나설 뜻을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헌정 초유의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내각의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안정적 국정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굳건한 안보태세의 바탕 위에 외교·민생·경제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국제사회에 우리의 국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오후 4시 NSC를 열어 외교·안보 관련 사항을 챙겼다. 그런 다음 오후 5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제는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지금까지의 갈등과 대립을 마무리해야 할 때”라면서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돌발 행동도 결코 있어서는 안되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상처를 달래며 차가워진 손을 맞잡아야 할 때”라며 단합을 강조했다. 또 국회를 향해선 “이제는 광장이 아니라 국회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통화를 하고 “국민들의 우려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현시점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를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 과도기 국정운영은 어떻게
황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석 달간 국무총리와 권한대행을 겸했다. 대통령 파면으로 권한대행의 역할은 ‘직무정지 대통령’이 있을 때와 비교해도 무게감이 다르다.
황 권한대행은 이미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와 의전을 받아왔지만 청와대 조직과 기능은 명실공히 권한대행만 보좌하게 된다. 특히 비서실은 수시로 박 전 대통령과 황 권한대행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는 황 권한대행의 의사결정에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제는 황 권한대행이 더 이상 박 전 대통령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그의 내각 장악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안갯속이다.
두 달 뒤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때문에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도정부에 불과해 정책 추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박근혜 정권의 논쟁적 정책을 고수할 경우 국론 분열을 키울 수 있다.
당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차기 정부 출범 이전 사드 배치 완료에 나설 경우 권한대행 기간 내내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혼란이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다음달 말까지 실시되는 고강도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으로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불가측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는 황 권한대행 자신의 대선 출마 문제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정부는 비상상황 관리와 대처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언급해 불출마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 ‘심판’ 역할이 아니라 ‘선수’로 직접 출마할 경우 국정운영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할 경우 공직자 사퇴 시한인 대선 30일 전에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 달 동안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