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인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흥겨운 축제가 열렸다.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서로 “감사하다” “고생했다” 등 인사를 나누며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축하했다.
이날 광장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기념하는 ‘탄핵 축하 전’이 등장했다. 권청기씨(52)는 “잔치에 전이 빠져선 안 된다 생각해 부추 100kg 분량의 전을 무료 나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박 대통령이 탄핵된 건 기쁜 일이지만, 세월호가 탄핵 사유에서 기각돼 아쉽기도 하다”며 “어쨌든 오늘은 좋은 날이니 무료 전 나눔이 끝나면 ‘박근혜 구속 떡’ 1000개도 무료 나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헤 구속 떡’을 들고 권청기씨(52)가 미소를 짓고 있다. 이유진 기자
시민 우호창씨(47)도 ‘축하 전’ 400인분을 준비해 광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무료 나눔했다. 우씨는 “다른 나라에서도 대통령이 탄핵된 사례는 종종 있지만,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민들의 힘으로 탄핵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너무 멋지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우호창씨(47)가 준비한 호박전, 동태전, 두부전 등을 무료 나눔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매 집회 때마다 ‘하야커피’ ‘탄핵커피’ ‘구속커피’ 등 무료 커피나눔을 진행한 바리스타 박종성씨(51)는 이날도 커피를 무료 나눔했다. 박씨는 “축제에 걸맞게 오늘은 ‘축하커피’를 준비했다”며 “어제 탄핵 인용 후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광화문 촛불집회는 끝나더라도 내 자리에서 시민으로써 할 일을 찾을 것”이라 말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바리스타 박종성씨(51)가 커피 무료 나눔을 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이도 있었다. ‘세븐픽처스’ 전희재 대표(27)는 세월호 광장 인근에서 “차벽을 꽃벽으로”라 쓰인 손팻말을 들고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예술계 크라우드 펀딩 업체 세븐픽처스는 지난해 11월19일 4차 촛불집회부터 꽃이 그려진 스티커를 무료 나눔하고, 스티커를 경찰의 차벽에 붙이도록 권유했다. 이강훈 작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퍼포먼스는 평화로운 저항의 상징이 됐다. 전씨는 “1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꽃 그림을 제공했고, 시민들의 후원으로 스티커를 제작했다”며 “스티커 제작부터 차벽에 스티커를 붙이는 일까지 모두 시민들이 한 일이었다. 참 감사했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 시민이 ‘고맙습니다’라고 쓰인 손팻말을 머리 위로 들고 있다. 이유진 기자
이날 광장에는 곳곳에는 ‘꽃길’ ‘화환’ ‘탄핵 축하 장미’ 등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기념하는 꽃들이 눈에 띄었다. 대학생 김은정씨(23)는 “박근혜 없는 3월! 우리 이제 꽃길만 걸어요”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린 꽃길을 걸으며 “시민들이 이런 꽃길만 걸을 수 있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망가뜨린 사회 시스템들이 제대로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꽃길’. 이유진 기자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세워져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 곳곳에서 판매 중인 ‘탄핵축하 장미’. 이유진 기자
엄마와 함께 광화문 광장을 처음 찾았다는 서울 역촌 초등학교 1학년 김선후군(7)은 “그동안 촛불집회에 나오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엄마와 함께 오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사람들이 사드 배치 하지 말라고 해도 말 안 듣고, 세월호 때도 형·누나들을 구하지 않아 속상했는데, 드디어 탄핵이 돼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은 김선후군(7)과 김 군 어머니 이은경씨(45). 이유진 기자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라는 주제로 20차 촛불집회를 연다. 본무대에서는 ‘다시 듣는 시민발언’과 ‘촛불권리선언’ 등이 발표된다. 촛불의 승리를 기념하는 폭죽놀이도 진행된다. 집회 후에는 종로를 통해 흥인지문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을지로를 거쳐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오는 ‘촛불 승리 축하 퍼레이드’ 도심 행진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