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수놓은 불꽃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한 기쁨과 ‘촛불은 계속된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6시50분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승리의 폭죽을 쏘아올렸다. 하늘을 수놓은 불꽃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한 기쁨과 ‘촛불은 계속된다’는 의지가 담겼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1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를 주제로 20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오후 7시 기준 50만명(주최측 추산 연인원)이 모였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4시 그동안 촛불집회에서 주목받은 자유발언자를 다시 무대로 초대하는 사전행사를 열었다. ‘8자시’로 화제를 모았던 박춘명씨는 “통했구나 국민마음 탄핵인용 되었구나. 빨리가라 순실옆에 오래도록 못봤으니 실컷수다 떨려무나. 큰집가서 반성하며 마음수양 인격수양 시간쪼개 잘써봐라”는 내용의 시를 발표했다.
오후 5시 시민들은 ‘박근혜를 구속하라. 공범들을 처벌하라’ ‘촛불이 심판했다. 국민이 승리했다’는 구호로 집회 시작을 알렸다.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퇴진행동 주최로 20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이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축하하며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기조발언에 나선 최종진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파면선고를 이끌어낸 것은 촛불 정치였고 광장의 승리였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열다섯자 글자에는 이땅의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민주주의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제 박근혜체제 청산과 적폐청산, 황교안 퇴진을 위해 국민과 함께 간다. 매주 촛불집회를 열진 않지만 오는 25일과 세월호 3주기를 맞는 4월 15일 다시 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민 50여명은 직접 민주주의 강화, 재벌 개혁, 차별 철폐 등 10개 분야 개혁 방안이 담긴 ‘촛불권리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 촛불시민은 부당한 권력을 탄핵시키는 것이 끝이 아니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긴 여정의 시작임을 안다. 추위 속에서도 광장을 지켜왔던 그 뜻으로 삶의 현장과 일터를 바꾸고 아래로부터 민주주의 역량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맨으로 분한 촛불시민. 머리에 단 헤어롤이 포인트. 이유진 기자
이날 집회에서는 언론 개혁, 사드 철회, 세월호 인양 촉구 등 ‘박근혜표’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사회적 적폐를 청산하는 첫번째 출발점은 검찰·언론 개혁이다. 광장의 목소리를 언론이 대신해서 냈더라면, 검찰이 똑바로 일해서 이재용과 박근혜를 구속시켰다면 여러분이 이 차가운 광장에 나올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공영방송과 검찰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한다”고 말했다.
임순분 성주 소성리 부녀회장은 “어제 마을회관에 모여 케이크를 자르고 만세를 부르는데 팔이 절반만 올라갔다. 사드가 온전히 물러가는 그날 저희 소성리 마을 주민들은 힘차게 팔을 높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이 준비한 탄핵 축하 현수막. 이유진 기자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어제 저희 가족들은 박근혜 정부가 끝장났다는 한편의 기쁨과 세월호 참사 7시간이 탄핵사유로 인용되지 않았다는 허탈감과 분노를 겪었다. 여기서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행동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더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촛불집회를 지원해온 자원봉사자들도 무대에 올랐다. 봉사자 이소영씨는 “종이컵 초를 수백만 개 만들고 시민들을 안전한 길로 안내했다. 오늘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마지막 초를 종이컵에 꽂았다. 그러나 아직 적폐는 여전하다. 세월호 진상규명이 돼야하고 억울한 노동자들의 고통이 해결돼야 한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경찰 여러분도 고생 많으셨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축하공연에 나선 밴드 타카피는 영국 록밴드 퀸의 ‘위 아 더 챔피온’(we are the champions)을 불렀다.
청와대 인근 행진 풍경. 이유진 기자
시민들은 오후 7시 종로 방면으로 ‘촛불승리 축하 도심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일부는 아직 청와대에 머무르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을 규탄하고 황교안 권한대행 퇴진을 요구하며 청와대와 총리관저 방면으로 행진했다. 청와대 앞에 도착한 시민들은 북과 장구, 꽹가리를 치며 춤을 췄다. “방 빼”라는 구호도 반복했다.
오후 8시 광화문광장에서는 ‘촛불승리 축하 콘서트’가 열린다. 밴드 뜨거운감자·두번째 달, 힙합듀오 가리온,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 가수 권진원·전인권·조PD·한영애씨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