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단체 회원들 북새통…마지막 메시지도 ‘대독’
5년 못 채우고 ‘조기 퇴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틀 만인 12일 저녁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이틀 만인 12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갔다. 2013년 2월25일 ‘최초 여성 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란 화려한 수식어로 청와대에 입성한 지 1476일 만이다. 자택 앞에서는 1000여명의 지지자들이 “탄핵 무효”를 외치며 그를 맞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37분쯤 에쿠스 차량을 타고 삼성동 자택 앞에 도착했다. 지지자들이 자택 앞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효”를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은 서행하는 차량 안에서 웃는 표정으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차량에서 내려 대기하던 허태열·이병기·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 서청원·윤상현·조원진·최경환·박대출·이우현 등 자유한국당 친박 핵심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밝은 표정이었고 단정한 올림머리에 화장을 한 얼굴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울부짖는 일부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어떤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소리치며 눈물을 흘렸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7시45분쯤 자택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전 청와대 대변인인 민경욱 한국당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입장문을 기자들 앞에서 대신 읽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자택 앞에서 밤늦도록 “탄핵 무효” “박근혜 대통령”을 외쳤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오후 7시16분 청와대를 출발했다. 당초 오후 6시30분쯤 청와대를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어둠이 내릴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오후 6시30분쯤 관저에서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수석비서관들을 불러 작별인사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나 외교안보, 복지 등의 분야에서 좋은 정책을 많이 추진했는데 조금 더 잘 마무리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맡은 바 일들을 잘 마무리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오후 7시쯤에는 청와대 경내 녹지원 앞길에서 비서실 및 경호실 직원 등 500여명과 걸어가면서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출발해 사직터널과 독립문, 서대문, 서울역, 삼각지, 반포대교, 올림픽대로 등을 통과해 삼성동 자택에 도착했다. 카니발 등 차량 5~6대, 경찰차 1대, 경찰 오토바이 15대의 호위를 받았다.
최단거리인 광화문광장과 남산터널 경로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월호 유족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광장이나 경호가 어려운 터널을 피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삼성동 자택은 박 전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오전 6시40분쯤 장판을 가는 작업자들이 자택으로 들어갔다 2시간 만에 나왔다. 오전 11시15분에는 42인치 벽걸이 TV·냉장고·세탁기 등 전자제품들이 자택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부터 자택 앞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지지자들은 자택 앞 도로변에 ‘종북좌파 척결한 우리 국민 대통령 박근혜’라고 쓰인 현수막 10여장을 걸었다가 경찰에 제지당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취재진을 무차별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1100여명의 경비인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삼성동 자택은 박 전 대통령이 1990년부터 2013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 전까지 약 23년간 거주한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분간 이곳에서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 윤전추 선임행정관, 여성 경호원 1명, 남성 비서 1명 등 4명의 보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