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청춘직설]그래서 지금, 같이 앉아 사랑하고 있습니까?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청춘직설]그래서 지금, 같이 앉아 사랑하고 있습니까?

입력 2017.03.15 20:36

수정 2017.03.15 20:40

펼치기/접기

배우 김민희와 영화감독 홍상수가 서로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을 열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시사회장에서 받은 기자의 질문에 “저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라고 답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축복받지 못했다. ‘불륜’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홍상수는 부인과 자녀가 있는 유부남이고, 그에 따라 김민희는 아직 유지되고 있는 남의 가정에 끼어든 불청객이 되었다.

[청춘직설]그래서 지금, 같이 앉아 사랑하고 있습니까?

대리운전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런데 나는 함께 차에 오른 남녀가 부부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눈이 생겼다. 유심히 그들을 관찰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겉보기에는 모두가 평범한 부부처럼 보이지만 우선 앉는 자리부터가 다르다. 부부는 자연스럽게 남편이 조수석에, 아내가 뒷좌석에, 그렇게 한 사람이 굳이 뒤통수를 보며 따로 앉는다. 가는 동안 대화도 별로 없고 휴대폰을 꺼내서 각자의 일을 한다. 하지만 부부가 아닌 이들은 뒷좌석에 같이 앉아 나를 기다린다. 가끔은 내가 온 줄도 모르는지 서로를 바라보는 데 열심이다. 시선뿐 아니라 무엇으로든 서로를 꼭 붙들고는 목적지까지 간다. 가끔 민망한 행위를 하는 것도 같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운전을 한다.

유부남녀들이 왜 대개의 경우에 같이 앉지 않는지, 서로 즐겁게 대화하지 않는지, 얼굴을 바라보며 함께 웃지 않는지 하는 것이 궁금했다. 물론 그러한 데면데면함을 오랜 시간 다져온 익숙함으로 포장하거나 삶의 고단함으로 핑계 삼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들도 어느 한때는 뜨겁게 사랑했을 것이다. 뜨거운 적이 없어 식을 것조차 없는 사이라면 그것은 서글픈 일이다. 부부이든 아니든, 사랑하는 이들은 같이 앉아 즐겁게 대화하며 함께 웃는 모습이 가장 어울린다.

그런데 정작 김민희와 홍상수를 손가락질하는 우리는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같이 앉아 사랑하고 있습니까?” 하는 단순한 질문에 당신은 당당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여기에 답하기 위해 제도와 법리와 도덕을 굳이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그런 구차한 핑계는 서로 사랑하지 않고 있음을, 나아가 이미 일종의 ‘불륜’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징표와도 같다.

두 사람은 시사회장에 같이 앉아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지을 수 없는 미소로 서로를 바라보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들이 ‘미안하다, 죄송하다’고 사과하지 않아서 나는 좋았다. 미안함과 죄송함을 우리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고 감정의 전달은 이해 당사자들끼리 나누고 풀면 그만이다. 결과에 따른 책임 역시 ‘그들’이 짊어질 것이다.

홍상수와 그의 부인, 홍상수와 김민희, 그리고 당신과 당신의 그가 어떠한 길을 함께 걸어왔는가는 당사자인 두 사람만이 안다. 거기에 대고 타인들이 사과를 요구할 자격도, 당위성도 없다. 특히 우리가 굳이 ‘남편을 위해 희생한 아내’, ‘불쌍한 아내를 배반한 남편’이라는 틀을 억지로 덮어씌울 필요는 없다. 그것은 조강지처의 역할을 강요해 온 남성중심의 서사이고 욕망일 뿐이다. 오직 여성만이 여기에서 희생양이 되는데, 그러한 틀 안에서 김민희와 홍상수를 비난할수록 그의 부인도, 누군가의 부인도 결국 더욱 초라해진다.

우리가 손가락질해야 할 대상은 타인의 사랑에 분노하거나 열광하는 스스로의 오지랖일 것이다. 그보다 나는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돌아보는 편이 오히려 자신을 위한 일이 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김민희와 홍상수를 응원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무수한 타인들을 그만 놓아주고 내 곁에 앉은 나의 소중한 사람만을 신경 쓰기로 한다. 나는 나의 사랑을 하기에도 벅차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