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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공룡 새 격전지 한국형 ‘드럭스토어’

입력 2017.03.19 15:17

수정 2017.03.1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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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헬스앤드뷰티 시장, 1조2000억 규모…5년간 4배 급성장

CJ올리브영 선두로 롯데·GS리테일·신세계 앞다퉈 매장 확장

영양제는 팔지만 감기약을 구할 수는 없다. 바나나맛 우유 대신 바나나맛 우유 모양 용기에 담긴 로션과 화장품이 진열대에 가득한 곳. 편의점도, 마트도 그렇다고 약국도 아닌 콜래보레이션 매장이 국내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바로 한국형 드럭스토어 헬스앤드뷰티(H&B) 매장이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품종 다품목’ 쇼핑 트렌드와 브랜드보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실속 소비가 확산되며 H&B 시장이 유통공룡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올리브영(CJ)이라는 막강한 시장 선두를 중심으로 GS리테일의 ‘왓슨스’와 롯데 ‘롭스’가 공격적 확장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가 올 상반기 ‘부츠’를 새로 오픈하며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 편의점들도 뷰티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시장 진입을 넘보고 있다.

드럭스토어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나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는 잡화점으로 20세기 초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국내에는 도입 당시 소매점에서 의약품 판매가 금지돼 있던 터라 주로 건강보조식품과 미용용품을 판매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H&B 시장이 성장국면으로 접어들게 된 것은 2011년 일부 일반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일반소매점 판매가 허용되면서부터다. 판매 상품군이 확대되며 화장품과 각종 미용용품들을 비롯해 생리대, 여드름패치, 치약 등의 의약외품과 스낵류와 음료, 생활용품까지 매대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점포수가 늘며 2009년 1500억원 정도였던 시장 규모는 2011년 3000억원, 2012년에는 6000억원대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6년 국내 H&B 시장의 전체 매장수는 1000여개로 매출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전년과 비교해 매장은 300여개(43%), 매출은 3000억원(33%)가량 늘었다. 시장 규모는 최근 5년간 4배 가까운 급성장을 이뤘다.

H&B 시장이 처음부터 호황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9년 서울 가로수길 인근에 처음 문을 연 올리브영은 첫해 109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고 한동안 ‘적자만 면하자’는 경영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편의점과 약국 사이에 정체성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의약품과 화장품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아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가 일반의약품의 일반소매점 판매 허용과 1인 가구 급증으로 전기를 맞았다. 화장품과 건강·미용용품, 식음료와 생활용품까지 한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편리성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취향이 확산되며 불황 속 연 30%대 고성장 산업으로 날개를 단 것이다. 브랜드가 아닌 품질을 우선시하는 소비트렌드와 다양한 제품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테스트한 후 구매할 수 있는 점도 성장 요인이다. 올리브영의 뒤를 이은 유통대기업 후발주자들이 최근 H&B 매장 경영전략을 재수립하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H&B 시장에서 올리브영은 지난해 790개 매장을 통해 1조원가량 매출을 올린 독보적인 사업자다. 업계 2위인 GS리테일의 왓슨스는 2005년 시장에 진출했지만 보수적인 시장 전략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매장수는 128개로 1위와 격차가 큰 상황. GS리테일은 얼마 전 왓슨스코리아 지분 50%를 취득하며 왓슨스에 대한 단독 경영권을 확보했다. 올해 추가 출점과 마케팅 등에서 공격 행보를 이어갈 방침으로 전국에 뻗어있는 편의점 유통망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롭스 역시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2013년 10개 매장으로 시장에 진출한 롯데 롭스는 매년 두 자릿수로 신규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35개 신규 점포 출점으로 총 122호 매장을 구축하며 2위인 왓슨스를 바짝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분스’로 고전했던 신세계 이마트는 영국 1위 드럭스토어인 ‘부츠’의 한국 체인점 독점 운영권을 따내며 반등의 기회를 얻었다. 올 상반기 스타필드 하남점에 1호점을 내고 올해 안에 명동에 본점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형 주거지역과 소규모 도심상권, 대형 도심상권 등 상권별 상품 구성 등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전략으로 현재 ‘1강(CJ) 2중(GS·롯데)’ 체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골목 상권을 노리는 드럭스토어의 약진에 편의점도 응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최근 비(非)식품군으로 영토를 넓혀가는 편의점들은 H&B 매장의 DNA를 빠르게 이식하고 있다. 이달 초 세븐일레븐이 단독 색조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했고 CU도 메디힐마스크팩과 시세이도 클렌징제품 등 20대 여성을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GS25는 다음달부터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비욘드’를 판매하며 H&B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화장품과 생활용품 위주였던 H&B 매장들도 수입과자와 음료 등 식품군 판매를 늘리며 맞불을 놓고 있다”라며 “편의점 못지않게 H&B 매장들 역시 출점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 골목상권을 차지하기 위한 두 업태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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