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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음식’ 국밥

입력 2017.03.23 20:50

수정 2017.03.2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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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공동체 음식’ 국밥

국밥은 세계에 전례가 드문 이 땅의 음식이다. 한국 음식의 이미지에도 늘 등장한다. 시장과 국밥은 일종의 정서적 공동체다. 지방 5일장의 히트작은 여전히 국밥이다. 그 내용은 대개 동물의 뼈와 고기를 푹 고아서 쌀밥과 김치를 곁들여 내는 방식이다. 수많은 다른 요리법이 있지만 이 ‘원형’의 변주일 뿐이다. 국밥은 설렁탕과 해장국과 순댓국과 장국밥과 육개장을 모두 아우른다. 역사적으로 국에 밥을 말아 내는 방식이라 하여 국밥이었다. 이제는 ‘따로국밥’도 많아졌다. 토렴도 어렵고, 전자기기로 갓 지은 쌀밥을 낼 수 있으니 굳이 말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옛 해장국 골목의 증언을 종합하면 토렴의 이유가 명확해진다. 당시 전기밥솥이 없었기 때문이다. 쌀이 귀해서 밥 자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다. 각자 먹을 밥을 집에서 들고 와서 국만 사서 밥을 넣어 먹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장 된장 대신 집집마다 남는 된장을 사들여 해장국을 끓여 팔았다고 한다.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공동체 음식’ 국밥

국밥은 공동체의 음식이다. 모든 노동과 두레의 현장에는 흔히 솥이 걸렸고, 그것은 국밥을 의미했다. 옛날 다니던 학교 겨울 운동장에서는 야구부 훈련이 있었다. 이때도 국밥솥이 걸려서 선수 자모들이 교대로 나와 국밥을 끓였다. 고기, 우거지, 고춧가루, 두부 등속을 넣고 푹 끓였다. 나도 그것을 늘 얻어먹었는데, 한겨울 삭풍 부는 운동장에서 텅 빈 속을 데우는 놀라운 음식이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국밥을 먹었다. 야전훈련을 나가서 기름때 전 야전취사복을 입은 병사들이 국밥솥을 걸었다. ‘똥국’이라고 부르던 맛없는 된장에 김치를 섞어 밥을 말아 냈다. 반합에 받은 그 ‘유사 국밥’을 먹으며 대책 없는 추위를 견뎠던 것이다. 대학생 때 농촌활동에서도 얻어먹은 것이 국밥이었다. 짧은 준비와 설비로도 많은 이들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음식, 그것은 국밥 말고 달리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음식사에서 이처럼 오래되고 질긴 생명력을 지닌 외식은 없다. 국수도 1950년대 미국의 공여로부터 대중화되었고, 냉면도 100년 이상의 역사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오롯이 국밥만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품고 있다. 조선후기 화가 김홍도의 그림에조차 주막 장국밥을 먹는 사내가 등장하니까 말이다. 상공업이 그나마 발달해가던 조선 후기에 주막이 성업하기 시작했고, 그 밥상의 총아가 국밥이었을 것이다. 유럽의 레스토랑 역사를 다룬 여러 책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 음식사가 허전함을 늘 아쉬워하고 있다. 사농공상이라, 돈 버는 일을 경시했던 조선의 정책적 숙명이 외식업의 얇은 역사를 예고한 셈이었다. 식당의 발달은 오롯이 돈 버는 일의 당당함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돈이 돌고 사람이 돌아야 외식업이 흥하기 마련인 것이다.

드디어 저 거친 바다에서 배가 떠올랐다. 그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다시 국밥솥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한 맺힌 국밥이 되리라. 아아, 밥은 다시 생명이고 사라진 이들의 상에 올리는 마지막 제물이 되리라. 그대,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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