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이라 불렸던 2016헌나1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가 끝났다. 역사적 판결답게 시간이 지나도 계속 판결문과 재판 동영상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고 덕분에 국가와 헌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서적이 잘 팔린다는 후문이다.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게시된 판결문 결정요지 전문을 읽어보면 유독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중요하고 크다는 의미인 “중대”라는 단어로 무려 4번이나 등장한다. 법 위반 행위가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겠다는 것, 특히 주문 선고 전에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라는 문구가 나온다.
공인회계사(감사인)가 기업의 재무제표를 회계감사하고 제출하는 감사보고서에도 “중요”라는 단어가 무려 4번이나 등장한다. A4용지 7장 내외의 판결문 결정요지와 달리 회계감사 보고서는 1장 내외에 불과하지만 우연히도 사용빈도는 같다. 중요한 왜곡 표시가 없는지 감사한다는 것과, 재무제표가 중요성의 관점에서 공정하게 표시되었는지 의견을 표명한다는 등의 문구가 들어간다.
재판과 회계감사는 다른 영역이지만 이렇게 판단을 위한 관점은 같다. 이는 우리가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살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판단해야 할 때도 무엇이 중요한지부터 따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영화 속 명대사도 있지 않은가? “뭣이 중헌디?”
회계감사는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표시했는지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확인한 후 감사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다. 재무제표에는 기말 현재 기업의 자산, 부채, 자본 잔액을 보여주는 재무상태표, 1년간의 경영성과와 자본변동 및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가 있다. 그리고 이 4가지 재무제표의 본문에 다 나타내지 못했던 중요 정보를 추가로 작성하여 보여주는 주석사항도 재무제표의 일부에 해당한다. 즉 회사는 재무상태표부터 주석사항까지 직접 작성하고, 감사인은 이 회계정보가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되었는지에 대한 감사절차를 수행하는 것이다.
회계감사 역시 판결과 마찬가지로 중요성의 관점에서 의견을 표명하는데 여기서 중요성 기준에 대한 판단요소는 크게 양적요소와 질적요소로 나뉜다. 양적요소는 말 그대로 큰 숫자가 중요하다는 의미이고, 질적요소는 숫자적인 크기보다는 숫자의 오류로 인해 회사의 재무제표나 영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이나 관계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산 총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 중 수치상 중요하지 않은 증빙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감사인이 적정의견을 표명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단 수치상 중요하지 않더라도 내부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거나 자금 횡령이 의심되는 사건이 보인다면 이는 회사 전체의 회계장부에 대한 신뢰성까지 의심할 수 있으므로 앞뒤 관계를 추적하고 회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사인이 확인하고 판단한다. 즉 양적으로 중요하지 않더라도 질적으로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회계감사는 회사가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했는지에 대한 확인절차지 회사의 재무상태가 건전하고, 경영성과가 우수하다는 것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판단은 회계정보 이용자가 기업이 공시한 재무제표를 보고 스스로 분석해내야 한다. 단,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기 전에 반드시 감사의견이 적정인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다. 적정의견을 받지 않은 재무제표라면 신뢰성부터 확보가 안 되어 있으므로 분석하는 게 의미가 없을 것이다.
요즘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상장 및 비상장 기업들의 감사보고서가 속속 공시되고 있다.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기업들은 주주총회 후 2주일 이내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하므로 4월14일까지 12월 결산법인 대부분의 감사보고서가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주주, 채권자, 거래처 등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라면 감사보고서 의견문단부터 확인하기 바란다. “중요성의 관점에서 공정하게 표시하고 있습니다”라는 적정의견 문구가 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