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전 생산된 그랜저·쏘나타·K7·K5 등 대상
그동안 국내에서는 문제없다며 부인해오던 현대·기아자동차의 ‘세타2 엔진’ 결함이 사실로 드러나 17만여대 리콜이 결정됐다. 이미 미국에서는 2015년 비슷한 이유로 약 47만대 리콜을 단행했고 추가로 이번에도 약 120만대 리콜이 확정돼 현대차 엔진의 신뢰도에 금이 갔다. 세타2는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으로 그랜저, 쏘나타, K7, K5 같은 현대·기아차 대표 차종의 심장이다.
국토교통부는 현대·기아차에서 제작한 5개 차종 17만1348대를 리콜한다고 7일 밝혔다. 최근 5년 사이 실시된 리콜 중 3번째로 큰 규모다.
리콜 대상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으로 현대차는 2010~2013년 그랜저(HG) 11만2670대, 2009~2013년 소나타(YF) 6092대, 기아차는 2011~2013년 K7(VG) 3만4153대, 2010~2013년 K5(TF) 1만3032대, 2011~2013년 스포티지(SL) 5401대다.
앞서 현대차는 운행 중 멈추거나 소음이 나는 등 결함이 있는 세타2 엔진을 2015년 9월 미국에서 리콜했지만 한국은 결함 사실을 숨겼다고 주장한 김모 부장(55)의 내부고발(경향신문 2016년 9월23일자 1면 보도)도 제기됐다. 현대차는 당시 “김 부장의 문제제기는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작업 공정의 청정도 관리로 인한 문제일 뿐, 한국 내 제품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는 세타2 엔진의 전반적 결함이 아니라, 앨라배마공장의 생산 잘못일 뿐이란 주장이었다.
하지만 2015년 리콜과 별개로,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역시 세타2 엔진 결함으로 119만160대 현대·기아차에 리콜을 실시키로 했다. 캐나다에서도 같은 엔진의 11만여대 리콜을 협의 중이다.
문제가 된 세타2 엔진은 크랭크 샤프트와 베어링의 마찰로 접촉면이 녹아서 붙어버려(소착 현상) 주행 중 엔진이 멈출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에 접수된 사례는 지난해 10월 고속도로에서 K5 엔진이 파손돼 화재가 났고, 다른 K5도 비슷한 사고가 난 경우 등이다.
차 엔진에는 피스톤의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꿔주는 ‘커넥팅 로드’라는 금속 막대가 ‘크랭크 샤프트’라는 봉과 베어링을 사이에 두고 연결돼 있다. 마찰을 줄이려고 크랭크 샤프트에는 오일 공급용 구멍을 만든다. 제조 과정에 나온 금속 이물질이 이 구멍을 막았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오일이 나오지 않아 마찰열을 견디지 못한 크랭크 샤프트가 베어링과 달라붙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약한 부위(커넥팅 로드)가 깨지고 엔진 파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부딪치는 소음(노킹 현상)이 나다가 심해지면 엔진 오일 등이 흘러들어 불이 붙거나 엔진이 멈춘다.
이번 조치가 ‘강제 리콜’이 아니라 현대차의 ‘자발적 리콜’ 형식을 띤 것도 논란거리다. 현대차는 5월22일부터 신고해온 차량을 검사한 뒤 ‘문제가 있다고 확인된 차량만’ 새 엔진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장 문제를 못 느낀 소비자가 간과했다가 고속 주행 중에 엔진이 꺼지거나 화재가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강제 리콜로 가는 게 옳다”며 “국토부의 ‘자발적 리콜’이란 결정은 불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