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첫번째 미·중 정상회담이 7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양측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해결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두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는 게 미국측 브리핑의 핵심이었을 만큼 입장차가 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1박2일 회담은 양측의 입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탐색전에 그친 셈이다. 양측은 공동 기자회견도 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동성명도 채택하지 않았다.
■공동성명도 채택 못한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6~7일(현지시간) 1박2일간, 만찬과 확대정상회담에 이어 실무오찬을 함께 하며 회담을 진행했다. 7일 오찬 회동으로 일정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기자회견은 없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양국 관계에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고, 시 주석도 “많은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는 외교적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우리와의 관계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나의 회담 대표단이 중국의 파트너들과 1대1 회동을 했으며, 진정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과 내가 구축한 관계도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매우 많은 잠재적인 나쁜 문제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엄청나고 진정한 진전’의 구체적 내용과 북핵 해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시 주석도 기자들에게 “우리는 최근 이 목표(관계 강화)를 위해 깊고 오랜 대화를 가졌으며, 우리의 친선을 심화하고 양국의 실제적인 관계와 친선을 유지하기 위한 모종의 신뢰를 구축하는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양국관계의 증진을 위한 위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고, 양국과 양 국민을 위한 번영을 만들어내며, 지구의 평화와 안정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해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북핵 중국 역할론은 입장차 확인
회담을 마친 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틸러슨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의 진전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또 “두 정상은 북한 핵 프로그램 위협의 시급성을 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의 충실한 이행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틸러슨은 그러나 방법론에서는 양국의 입장차가 컸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기꺼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면서도 “이 사안(북한문제)이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수 없는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북핵 억제를 위한 압박에 중국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독자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 요구에 중국이 대화론으로 맞섰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정상이 중국이 반발해온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중국의 사드 보복을 놓고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회담 직후 주요 부처 장관들의 브리핑에서도 사드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트러프가 정상회담에 앞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진전된 조치를 압박하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중국의 대한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미국의 제동 움직임이 기대됐다. 하지만 회담 후에도 가시적인 해법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드 문제는 양국의 입장차가 분명한 상황이어서 타협의 여지를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역 불균형 줄이기 ‘100일 계획’
두 정상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한 ‘100일 계획’ 마련에 합의했다. 로스 장관은 합의 사실을 전하면서 “미·중 대화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슈와 그 강도의 범위를 고려하면 야심찬 계획이며, 대화의 속도를 고려할 때 상전벽해의 변화”라며 “양국 간 관계 강화의 매우 중요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역시 통화 공급과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무역수지를 축소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입장에서 무역은 이번 회담의 최대 화두였다.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도 중국과의 무역 적자폭을 줄일 대책은 시급했다. 트럼프 스스로도 대선후보 시절부터 중국을 향해 ‘불공정’ 무역을 주장하며, 당선되면 바로잡겠다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왔다. 때문에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이 합의는 트럼프에게 주는 시 주석의 ‘방미 선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두 정상이 합의가 쉽지 않은 북핵 문제에 대한 줄다리기보다는 양국 간 현안이자 다소 손쉬운 통상 문제에 매달렸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중국산 제품에 대한 45% 관세 부과, ‘국경세’ 도입, 환율 조작국 지정 등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해온 과격한 요구사항들이 회담 화제로 등장했는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