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조세공약 토론회
문, 법인세 인상 가장 뒤로 미뤄
안, 기업 준조세 대폭 축소 계획
유, 법인세 MB 이전 수준 환원
심, 가장 선명한 조세공약 제시
지지율 선두 다툼 문재인·안철수… 재원마련책 밝히는 데엔 소극적
대선 투표일이 1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부 대선주자들은 ‘돈을 쓰겠다’는 공약만 제시할 뿐 ‘돈을 어떤 식으로 걷겠다’는 구체적 방안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가장 선명하게 조세공약을 밝힌 주자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란 평가가 나온다.
19일 한국세무학회와 한국납세자연합회가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제19대 대통령 후보 조세공약 토론회’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측 인사들이 참석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측은 법인세 증세 등에 찬성하면서도 “증세는 가장 마지막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증세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원마련 대책을 적극 밝히지 않는 것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로서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후보 측은 조세 분야 공약의 골격만 제시했다.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상속·증여세, 자산소득 과세, 보유 재산 과세 등에 대해서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법인의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 실효세율을 인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법인세 명목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문 후보 측은 이날 과세표준 200억원 이상 혹은 500억원 이상에 대한 법인세율을 25%로 올리고,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즉시 폐지하는 등 일부 방안을 공개했다. 또 소득세 과세, 임대소득 과세, 주식양도차액 과세, 이자와 배당에 대한 과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 상속·증여세 과세 강화, 에너지세제 및 간접세제 개편 방안에 의견도 제시했다. 문 후보 측 패널인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그런 방향으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이지 확정된 공약은 아니다”라며 “법인세 인상은 가장 뒤로 미뤘지만 일자리·복지지출을 확대하다 보면 결국 법인세 인상까지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 후보 측도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자본에 대한 과세 강화, 불합리한 세제 폐지를 전제로 한 법인세율 인상, 환경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 소비세 인상 등이다. 논의되고 있는 세부안으로는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인상(현행 17%→20%)하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정상거래비율 현행 30%→10%)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R&D 세액공제와 임시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를 축소하고, 법인세율을 인상(22%→25%)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다만 기업들의 팔을 꺾어 마련하던 기업 준조세는 대폭 축소하고, 기업소득환류세제(투자·배당·임금 등에 안 쓰는 기업 소득을 환수하는 세금) 등도 폐지하기로 했다. 발전용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율을 인상(㎏당 35원)하고 원자력발전 과세를 강화(kwh당 10원)하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도 담겼다.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가진‘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좌측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과세표준 2000만원 이상인 소득자는 최소 1%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소득세 최저한세율을 도입하되 과세표준 10억원이 초과되는 소득자에 대해서는 세율을 현행 38%에서 50%까지 인상하겠다고 했다.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하고 부양가족공제는 확대해 가족 중심의 세금체계를 갖추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안 후보 측 패널로 나온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도 “완전히 확정된 공약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개인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유력한 두 후보 측이 선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도 조세 공약을 확정하지 않은 것이다.
유 후보 측도 원칙만 제시했다. 소득세·법인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누진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증세를 검토하되 역진적 성격이 있는 부가가치세 인상은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비과세 감면을 줄여 현재 납세자의 47%에 달하는 소득세 면제율도 줄이겠다고 했다. 하현철 바른정당 수석전문위원은 “법인세의 경우 이명박 정부 전의 수준(세율 25%)으로 환원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라며 “현행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낮은 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조세부담률에 이를 때까지는 세금을 좀 걷더라도 대규모 증세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명확한 증세 입장인 심 후보는 ‘사회복지세’ 신설을 제안했다.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납부액에 일정 비율(10~20%)을 추가 부가해 연 21조원을 마련하고, 이 돈은 복지 분야에만 쓰도록 하자는 것이다. 금융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인하(현행 2000만원→1000만원)해 세금을 더 걷자고도 했다. 과세표준 1억5000만원이 초과하는 소득자는 세율을 현행 40%에서 45%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기업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환원하고, 최저한세율은 현행 최고 17%에서 20%로 올리며, 사내유보금 중 이자소득·배당소득 등 자산의 양도소득은 10% 할증과세하겠다고 했다.
탈세기업 및 사업자에게는 세금 감면을 배제하고, 정부조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손종필 정의당 정책본부 정책위원은 “국민들의 조세저항은 내가 낸 세금을 어디에 쓰는지 정확히 모르니 생기는 것”이라며 “충분한 복지가 이뤄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면 증세에 국민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