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에 “근거없다” 주장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폭스뉴스 본사 건물 앞에 모인 사람들이 성추문에 휩싸인 폭스뉴스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뉴욕 | AFP연합뉴스
과격한 발언들로 ‘미국 보수의 확성기’ 역할을 해온 폭스뉴스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68)가 성추문으로 퇴출됐다. 폭스뉴스의 모기업 21세기폭스는 19일성명에서 “여러 의혹을 철저하고 신중하게 검토했다”면서 “오라일리가 폭스로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그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오라일리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전혀 근거 없는 주장 때문에 우리가 갈라서게 돼 유감스럽다”면서 “하지만 이것은 대중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우리 같은 사람이 감수해야 하는 불행한 현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라일리 성추문은 지난 1일 뉴욕타임스 보도로 시작됐다. 신문은 오라일리가 지난 10여년간 폭스뉴스 직원 등 여성 5명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고 이를 발설하거나 소송하지 않는 대가로 오라일리와 폭스뉴스가 여성들에게 모두 1300만달러(약 148억원)를 지불했다고 폭로했다. 뉴욕타임스 보도 직후 현대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미쓰비시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광고를 중단해 한때 광고가 절반 이상 줄기도 했다. 폭스뉴스 안팎에서 오라일리를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루퍼트 머독 회장이 오라일리를 지지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오라일리는 선량한 사람”이라면서 그를 두둔했지만 여론의 분노가 워낙 셌다. 오라일리는 지난 11일 예정에 없던 휴가를 떠나면서 “24일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40년 넘게 방송에 몸담은 오라일리는 CBS, abc를 거쳐 1996년 폭스에 입사한 후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케이블의 왕’이란 별명이 붙었다. “무슬림이 9·11테러로 우리를 죽였다”는 식의 극단적 발언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지만 많은 이들은 그의 공격적인 방송 진행에 열광했다. 폭스뉴스는 오라일리를 앞세워 2002년 처음 CNN을 제치고 케이블뉴스 업계 1위에 올랐다. 오라일리가 진행하는 <오라일리팩터>는 2015년 한 해에만 광고수익 1억7800만달러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