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인 법정 공방, 박근혜·최순실 ‘경제적 공동체’ 여부

이혜리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최순실씨(6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측이 ‘경제적 공동체’라는 개념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씨와 이 부회장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어서 뇌물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이를 경제적 공동체로 규정한 적이 없고, 둘이 그런 사이가 아니어도 뇌물 사건의 공범이 성립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열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6회 공판에서는 경제적 공동체라는 용어를 놓고 특검 측과 이 부회장 측 공방이 오갔다. 특검 측이 박 전 대통령의 의상·화장품 등 비용을 최씨가 지불했다는 진술조서를 내놓자 이 부회장 측이 “이정도 사실만으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친분관계 외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했다고 입증할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최씨 재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최씨의 뇌물 혐의 1회 공판에서 최씨 측 변호인은 “대통령 의상비를 최씨가 내기 때문에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냐는 입증 취지에 주안을 두고 특검이 조사한 것 같은데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양재식 특검보가 “저희는 경제적 공동체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그 용어로 기소하지도 않았다”고 했지만 최씨는 “특검 조사받을 때 경제적 공동체라는 말 안썼다는 건 말도 안된다. 저한테 경제적 공동체 인정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직접 반박했다.

이같은 공방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경제적 공동체라는 용어는 형법 이론상 표현이 아니다”라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용어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제적 공동체라는 용어에 천착하면서 어디까지가 경제적 공동체인지, 경제적 공동체여야만 뇌물죄가 성립하는지 등 혼선도 생긴다. “경제적 공동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는 특검의 말에 따르면 주장하지도 않은 용어를 가지고 계속 법정에서 공방이 오가고 있는 것이다.

특검은 뇌물 구조에 대한 오해 때문에 이같은 공방이 불필요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공동체라는 개념과 무관하게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특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 승마 지원을 요구했고, 최씨도 별도로 요구를 했다. 삼성은 최씨 측근이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최씨가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를 들은 삼성은 최씨에게 승마 지원을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동일한 내용의 요구를 했기 때문에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신분범)이 뇌물죄에 해당함은 물론이고, 공무원이 아닌 최씨(비신분범)도 박 전 대통령의 신분을 이용할 의사와 공범으로서의 역할 분담(기능적 행위지배) 등에 따라 박 전 대통령 뇌물죄의 공범이 된다는 것이다.

특검 관계자는 재판에서 “공범 중 한명(최씨)의 주머니로 뇌물이 들어가면 단순 뇌물죄로 볼 수 있다”며 “(의상비·화장품 대납은) 경제적 공동체를 입증하려는 게 아니고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최씨가 모든 돈을 들이며 뒷수발을 했다는 것이 박 전 대통령이 최씨를 위해 (승마 지원을) 요구할 동기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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