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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바뀌면 ‘표현의 자유’ 제한 대폭 손볼듯

입력 2017.05.06 14:12

수정 2017.05.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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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국정원 앞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작성 국정원 고발’ 기자회견에서 한 예술인이 검은 비닐을 뒤집어쓰고 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지난 3월 국정원 앞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작성 국정원 고발’ 기자회견에서 한 예술인이 검은 비닐을 뒤집어쓰고 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대한민국은 헌법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민주공화국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7년째 ‘부분적 언론자유국(2017년 순위 66위)’에 머물러 있다. 또다른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의 평가도 동일하다. 이 단체가 평가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의 올해 순위는 63위로 ‘언론자유가 의심되는’ 국가군에 속해 있다. 양 단체의 평가에서 지난해 순위는 더 안 좋았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계기로 순위가 오른 결과다.

게이트를 계기로 실체가 확인된 ‘블랙리스트 사건’은 정권이 주도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왔음을 증명했다. 헌법재판소도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이를 중대한 ‘헌법 파괴행위’로 규정했다. 표현의 자유를 복원하고 두 번 다시 정권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대선 후 집권할 새 대통령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인터넷실명제 ‘완전’ 폐지될까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쓸 때 실명확인을 거치도록 한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폐지됐지만 아직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건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실명제 부분이었다. 여전히 공직선거법, 게임산업법 등에서는 인터넷실명제가 유지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운동 기간 중 인터넷언론사가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을 쓰도록 허용할 경우 작성자의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인터넷언론사에는 인터넷신문사를 비롯해 뉴스를 전달하는 포털사이트 등도 포함돼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를 적용받는 웹사이트의 범위는 광범위하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선거법에 걸려 문제가 될 경우 인터넷언론사도 곤란해지는 탓에 상당수 업체들은 선거운동 기간 중 글 작성이 아예 불가능하도록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를 들어 시민단체들은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위헌소송을 냈지만 헌재는 2015년 판결에서 “선거운동 기간 중에만 적용돼 과도한 제한으로 볼 수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대선 공약 등을 감안하면 새 정부에서는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가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덤하우스와 국경없는기자회가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 역시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 제한 문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지은 간사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온라인상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를 국가가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엄연히 위헌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련 표현의 자유 제한 논란도 새 정부 들어 본격 공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15일 기준 중앙선관위가 19대 대선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에 해당한다”며 삭제 등의 조치를 내린 게시물은 4662건에 달한다.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조치라고 밝히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법률상 ‘비판’과 ‘비방’의 기준이 명확지 않아 선관위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며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중앙선관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게시물에 대한 판단 근거를 공개적으로 밝히길 요구하는 한편 답변 결과에 따라 헌법소원 등의 추가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게임산업법상 인터넷실명제의 경우 찬반 양론이 분분해 폐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게임산업법에서는 ‘게임과몰입(게임중독)’ 방지 등을 이유로 게임 이용자의 실명과 연령, 본인 확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게임 이용자와 게임산업협회 등은 이를 과도한 규제라며 폐지 내지는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학부모 단체 등은 실명제 폐지 시 청소년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도 “사회적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결론을 유보 중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폐지’ 수순 밟나
시민단체로부터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히는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도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조치는 온라인에 유통되는 정보가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될 경우 해당 사업자가 임의적으로 게시물을 다른 사용자들이 볼 수 없도록 차단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임시조치는 게시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피해자로부터 접수될 경우에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현행 임시조치 제도가 지나치게 ‘피해 예방 및 구제’에 치우치다보니 막상 글을 올린 게시자의 ‘방어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임시조치의 경우 간단한 피해사실 접수만으로 가능한 반면, 임시조치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를 해제하려면 게시자는 명예훼손 분쟁조정기구에 조정신청을 내는 등 법적 소송에 준하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 때문에 임시조치를 당한 게시물 10건 중 9건 이상이 이의제기 없이 삭제된다. 2014년 기준 네이버와 다음에 요청된 임시조치 건수는 약 45만건인데 비해 이의신청 건수는 5%에도 못미쳤다.

피해사실 접수 없이 사업자가 임의적으로 내리는 임시조치도 사업자 편의대로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정통망법에서는 사업자가 임시조치를 했을 경우 해당 게시물로 인해 발생하는 명예훼손 등의 피해책임을 사업자들이 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업자들이 자의적으로 임시조치를 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게시자의 방어권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시조치를 당한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즉시 임시조치를 중단하고, 분쟁조정기구의 심의나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게시물의 게재를 유지하도록 하는 방향이다. 오픈넷 관계자는 “공익적 목적의 게시글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과거 ‘스폰서 검사 사건’ 등을 보면 임시조치를 악용해 비판여론을 차단한 사례가 많다”며 “관련 개정안 발의와 헌법소원 등을 위해 피해사례를 수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와 함께 탄생한 이래 숱한 ‘정치적 심의’ 논란을 일으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해체 내지는 개편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심의위는 방송과 통신(인터넷·모바일)을 통해 게재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한 심의 및 처벌권을 가진 곳이다. 막강한 권력을 가졌음에도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방송을 길들이고, 비판여론에 재갈을 물리는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신 심의만 해도 과거 ‘레진코믹스 차단 논란’ 등 자의적 심의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새 정부에서는 방통심의위를 완전 해체하는 방안과 방송심의 역할만 유지하면서 조직을 축소 개편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완전 해체의 경우 방송과 통신 심의를 분리독립시킨 후 민간합의제 기구에 권한을 이양해 자율적으로 심의에 나서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반면 방송의 경우 공공자원인 전파를 이용하고 파급효과도 높다는 점을 들어 방송 심의는 정치 심의 논란이 없도록 규제안을 개선해 유지하되 통신 심의 기능은 전면 폐지하자는 의견도 시민단체들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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