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 의혹 봇물…혁신·정책 대결은 실종

분주한 개표소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투표지분류기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19대 대선이 막판까지 ‘구태’로 얼룩지고 있다.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가 봇물을 이뤘고, 지역주의와 색깔론도 기승을 부렸다.
시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혁신과 정책 대결을 원했지만 ‘구태 대선’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8일 대구 유세에서 “TK(대구·경북)가 나서서 친북좌파들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경남 유세에서는 “호남에서 압도적으로 사전투표를 했다. 영남에서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에서 안철수가 표를 반만 먹어주면 나는 무조건 이긴다”며 “영남 사람들이 90% 투표해 저에게 확 몰려들면 제가 청와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의를 자극해 영남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지난 5일 전남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에게 80~90% 지지 투표를 해줬지만 전라도에 인사차별, 예산차별하고 기업을 안 가져왔다”며 “두 번 속으면 바보”라고 말했다. ‘차별론’과 ‘홀대론’을 축으로 한 호남 일각의 반문재인 정서를 겨냥한 발언이다.
7일에도 “강원도를 가보니 ‘내 주위에는 문재인 지지자가 없는데 왜 지지율이 그 모양이냐. 전라도 사람은 왜 그 모양이냐’고 하더라”고 ‘반문재인’ 확산을 부추겼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PK(부산·경남) 민심을 “패륜집단”이라고 해 물의를 빚었다.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은 페이스북에 “여론이 뒤집혀 전반적으로 ‘홍가’가 압도적이며 사전투표에서도 전부 2번 찍었다고 한다. 이 시각 PK 바닥 민심이다. 패륜집단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라고 썼다. 문 단장은 논란이 일자 ‘패륜후보로의 결집’으로 수정하고 자진 사임했다.
홍 후보는 색깔론을 막판까지 꺼내들었다. 6일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는 정권이 아니라 나라를 교체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나라 자유대한민국을 북한에 갖다 바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선거에서 지면) 김정은 되살리기, 북핵 볼모화 등 소리 없는 ‘북한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경쟁후보 정당에 북한 인공기를 표시한 홍보물을 만들어 온라인에 퍼뜨렸다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 결정을 받기도 했다.
‘묻지마’ 네거티브도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당 이용주 공명선거추진단장은 권재철 전 한국고용정보원장 재임 당시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 친척의 특혜채용 의혹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자 이 단장은 “일부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못했다”며 뒤늦게 정정했다. 문 후보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취업 의혹은 문·안 후보 간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홍 후보도 대전 유세에서 “우리 당은 돈이 없어서 여론조사 못하는데 저들(문 후보 측)은 돈 많아서 여론조사 엄청 한다. 옛날에 바다이야기 때 돈 많이 땡겨놨다고 누가 그러더라”고 했다.
구체적 근거 없이 노무현 정부 유력인사 관여 의혹이 불거졌던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건을 상기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