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한 번에 바뀌지 않기에

첫 대선 투표하는 대학생 강은빈씨(20)
이번 대선에 첫 투표를 한다.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나와 딱 맞는 후보가 없다고 해서 투표권을 포기하기에 대선은 너무나 중요하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청년들도 눈앞에 닥친 문제에만 몰두하게 되고 정의 같은 말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끈기 있게 촛불을 들어 대통령 탄핵이 이뤄졌다. 사회는 한 번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정치나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페미니즘 위한 투표 실천할 기회

소설 ‘82년생 김지영’ 작가 조남주씨(39)
지난 촛불광장에서도 여성은 종종 배제됐다. 정의로운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성을 대상화하고 전체 여성성을 조롱하는 일이 빈번했다. 여성 비하에 대해 항의하면,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그런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이번 대선은 내게 ‘보트 포 페미니즘(Vote for Feminism)’을 실천할 기회다. 각 후보의 페미니즘 의제를 꼼꼼히 살펴보았으며, 페미니즘을 더 잘 실천할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려고 한다.
■이념논쟁에 매몰된 한국 바꾸길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이옥남씨(44)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국민이 져야 할 일종의 책무다. 우리가 정치인을 비난하기 전에 국민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혐오나 불신도 공감하지만 자신들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를 하는 것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다. 세계는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한국은 이념 논쟁에만 매몰돼 있어 안타깝다. 새로운 대통령은 갈등을 봉합하고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면 한다.
■지난겨울 촛불을 잊지 않기 위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염형철씨(49)
지난겨울 촛불집회를 잊지 않기 위해 투표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합의가 있었다. 긴 시간 고생했는데 이런 사회적 합의를 완성하는 것이 투표라고 생각한다. 지난 정부는 불통, 아집, 독선의 정부였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듣지 않았고 그 결과 큰 실패를 봤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겸손하게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 대통령이 한 명의 영웅이 되려 하지 말고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소통한다면 또다시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남이 서명한 ‘보험 계약서’ 싫어

밴드 ‘브로콜리너마저’ 보컬 윤덕원씨(35)
나에게 투표는 보험이나 인터넷 약정, 할부 구입에 대한 계약서를 쓰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받을 수 있는 것과 지불해야 할 것들, 그리고 서로의 책임에 대한 어렵고 복잡한 말들이 잔뜩 쓰여 있다. 필요해서 하는 일인데도 왠지 피하고 싶은 건 아마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때 나 역시 책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투표는 피해갈 수 있으되 그 결과를 피해가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누군가 대신 서명한 계약서를 받고 싶지는 않다.
■일본에 당당히 맞설 대통령 위해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90)
일본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꼭 투표할 것이다.
일본과의 잘못된 위안부 피해자 합의와 우리의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투표에 나선다.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은 일본으로부터 공식 사죄와 함께 법적 배상이 포함된 합의문을 반드시 받아내야 할 것이다. 항상 선거 때가 되면 찾아와서 저마다 우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들 얘기해놓고 막상 당선되면 무관심해져 마음이 아프다.
■내 고향이 다양한 색깔을 품길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 장지혁씨(33)
10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든 촛불로 인해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다. 그동안 대구는 ‘컬러풀 대구’라는 도시 슬로건과는 달리 선거에서 매번 단일한 색깔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내 고향 대구에서 많은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해 다양한 빛깔을 품은 무지개를 그려내는 걸 보고 싶다. 나의 한 표도 빛깔이 침체된 대구를 역동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한 부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많은 시민들이 무지개 만들기에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아픔 만드는 세상 대물림 끊으려

세월호 유가족 홍영미씨(50)
누구라도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물으면 어떤 후보를 찍을지는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국민이 몸서리치는 아픔을 계속 만들어내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대물림할 수 없기 때문에 소중한 주권을 행사한다.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한 시간만 짬을 내면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국민 모두가 투표에 참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월호의 묻힌 진실을 훤히 캐내고 죄지은 공직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줄 아는 후보가 나라를 이끌었으면 좋겠다.
■더 깊은 곳을 더 많이 보고 싶어

극단 달나라동백꽃 공동대표 김은성씨(40)
더 많은 곳을 보고 싶어서,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가고 싶어서 투표한다. 더 넓은 숲에 들어가고 싶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투표한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시야는 늘 제한돼 있었고 넓은 숲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를 노상 붙들어매온 쳇바퀴 같은 현실에 더 이상 발목 잡히고 싶지 않아서, 좀 떨어진 자리에서 ‘지금 여기’를 보고 싶어서 투표한다. 나는 이제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세상 핑계 대지 말고 더 긴장해야겠다.
■투표는 삼시 세끼 밥 같은 거죠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씨(34)
투표는 삼시 세끼 밥 같은 것이다. 늘 자연스럽게 먹는 밥처럼, 당연히 먹어야 하는 밥처럼. 투표도 당연히 그런 것 아닐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투표에 참여해 내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건강하기 위해 밥을 잘 챙겨 먹는 것처럼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더 많은 분들이 소중한 ‘밥 한 끼’ 잘 챙기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