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민의 선택

호남·비문인사로 외연 확장…‘용광로 선대위’로 통합

정환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

5년의 와신상담 끝에 19대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의 곁에는 계파와 지역을 뛰어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문 당선인과 고락을 같이했던 측근 그룹은 호남과 비문재인계 인사들까지로 외연을 넓혔다. 후보와 캠프 중심으로 운영됐던 2012년 대선의 패배를 거울 삼아 이번 대선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명실상부한 당 중심의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로 거듭났다.

선대위 구성 초기 혼선이 빚어지자 문 당선인은 직접 “용광로에 찬물을 끼얹는 인사가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 통합과 화합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있다면 직접 나서 치울 것”이라며 다잡았다. 민주당 선대위 내부 불협화음이 사라지면서 문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지켰고, 이는 대통령 당선까지 이어졌다.

■ 원조·영입 측근 그룹

문 당선인의 원조 측근그룹은 사실상 2012년 18대 대선 패배 직후부터 재수를 준비해 왔다. 김경수 선대위 대변인과 양정철 후보 비서실 부실장, 윤건영 종합상황본부 부실장은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힌다. 대선과 민주당 경선은 물론 지난해 총선, 19대 국회 의정활동 등을 근접 보좌하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낳는 산파 역할을 했다.

2012년 대선에서 문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던 노영민 전 의원은 선대위 조직본부장과 5년 전 ‘3철’ 비판을 받으며 2선 후퇴까지 했던 전해철 선대위 조직특보단장은 외곽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만드는 데 공을 세웠다. 최재성 전 의원과 박범계 의원은 선대위 컨트롤타워인 종합상황본부 실장으로 선대위 실무를 진두지휘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지난해 9월부터 문 후보를 돕기 시작한 신측근이지만 후보와 핫라인으로 직접 소통이 가능한 몇 안되는 인사다. 친노·친문이 아니었지만 정치 경험과 정무 감각을 인정한 문 당선인이 “반드시 영입하라”고 했을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중량감있는 송영길 총괄본부장, 전병헌 전략본부장도 경선 때부터 핵심 포스트에서 선거전을 이끌었다.

■ 호남 그룹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은 광주·전남·전북 28개 의석 가운데 3곳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수도권 압승으로 원내 1당에 오르긴 했지만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는 참패한 것이었다. 이른바 ‘반문재인 정서’를 확인한 셈이었다. 대선 승리를 위해 극복해야 할 최대 난관이기도 했다. 문 당선인이 특히 호남 출신 인사 영입에 공을 들였던 이유다. 임 비서실장(전남 장흥)과 송 총괄본부장(전남 고흥)을 요직에 배치한 것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광주), 김효석 전 민주당 최고위원(전남 장성), 전윤철 전 감사원장(전남 목포) 등 공동선대위원장에 호남 출신만 3명을 앉혔다.

민주당의 유일한 ‘호남 3선’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갑)은 원내 비서실장으로, 총선에서 낙선한 강기정 전 의원(광주 북을)은 총괄수석부본부장으로 선거운동을 함께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홍걸씨는 국민통합위원장으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와 함께 영호남을 누볐다.

■ 용광로 선대위

민주당이 중심을 잡은 ‘국민주권선대위’는 ‘용광로 선대위’였다. 계파를 가리지 않은 선대위 구성과 이들의 열정적인 선거운동은 각종 시민사회단체와 직능단체들의 지지선언을 잇따라 이끌어냈다.

추미애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우상호 원내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사상 첫 조기대선이자 유례없는 5자 대결로 펼쳐진 이번 대선에서 선대위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김민석 종합상황본부장은 네거티브 공세가 극심했던 이번 선거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인사 초기 잡음을 잠재웠다. 총괄 공동특보단장은 ‘친문’ 김태년·‘비문’ 민병두 의원이 3선 의원 투톱 체제로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전현희 직능특보단장은 당 경선 때부터 도왔다.

비문재인계도 친문계 못지않았다. ‘본선 같은 예선’으로 불렸던 당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했던 박영선·변재일 의원은 중앙선대위 출범 이후에도 탈당설까지 나올 정도로 친문계와 골이 깊었다. 하지만 두 의원은 선대위 통합정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면서 문 후보 당선을 위해 발벗고 뛰었다. 문 당선인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확장성 부족’을 메워줬고, 실제 통합정부 구성·운영 방안과 실행 과제도 제안했다. 기존의 ‘적폐청산’ 이미지에 ‘국민·사회통합’이 보완되면서 ‘정의로운 통합’이 이후 선거운동의 주요 기조가 됐다.

문 당선인의 입이자 얼굴이 된 공보·홍보 실무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윤관석 당 수석대변인과 박광온 경선캠프 수석대변인이 선대위 공보단장 투톱을 맡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예종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은 홍보본부장으로 경선 때부터 참여해 당선인의 이미지를 한층 안정감 있게 변모시켰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름과 새로운 당 로고 등을 제작해 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던 손혜원 의원은 홍보본부 부본부장을 자임하며 타 후보들과 차별화된 홍보 전략을 선보였다.

KBS 아나운서를 사직하고 경선캠프에 합류했던 고민정 대변인은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호소했다. 권혁기 부대변인은 언론과 가까이 소통하며 파상 검증 공세에 즉각 대응하는 순발력을 보였다. 네이버 부사장 출신의 윤영찬 SNS본부장은 소셜미디어 대중화 시대의 사실상 첫 대선에서 팬층이 두꺼운 문 당선인의 SNS 전략을 총괄했다.

■ 정책 그룹

문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초 국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부터 ‘준비된 대통령’을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구체적인 콘텐츠를 채워준 ‘매머드급’ 정책 그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후보 시절 문 당선인은 타 후보들에 한발 앞서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을 썼고 이는 주효했다.

윤호중 당 정책위의장과 참여정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이 선대위 공동정책본부장을 맡았다. 정책본부 홍종학 부본부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책을 조율하고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으로 꼽히는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각각 안보상황단장과 부단장으로 정책과 전략을 수립했다. 전직 외교관 등의 자문그룹인 아그레망외교자문단은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가 단장을 맡아 이끌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던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와 ‘재벌개혁 전도사’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각각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아 문 당선인의 경제비전인 ‘J노믹스’ 설계에 깊숙이 관여했다. ‘경제통’으로 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한 이용섭 비상경제대책단장은 실물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 당선인의 대표 공약은 ‘81만개 공공 일자리 창출’이다. 이 공약의 수립부터 실행 계획까지 구체안을 짠 일자리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이 위원장을, 문 당선인과 가까운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본부장을 맡았다.

1000명이 넘는 대학교수가 참여했던 싱크탱크 ‘국민성장’을 이끈 조윤제 서강대 교수도 경제정책의 핵심 브레인이다. 국민성장은 지난 2월 말 당시 경선 중이던 문 후보에게 1000여쪽의 정책제안서를 제출했다. ‘민주정책통합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대엽 고려대 교수도 정책 조언그룹에서 빼놓을 수 없다. 통합포럼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등 경선 경쟁자들을 도왔던 전문가 그룹을 아우른 싱크탱크다.

■ 원로·고문 그룹

‘상왕론’ 공격을 받기도 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6선 문희상 의원은 상임고문으로 선대위에 무게를 실었다. 홍재형 상임고문은 당 경선 선관위원장으로서 치열했던 경선을 큰 잡음 없이 마무리지었다. 5선 원혜영 의원은 평균 연령 68.5세의 ‘꽃보다 할배’ 유세단의 ‘막내’로 중장년층에 지지를 호소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장차관 출신의 자문그룹인 ‘10년의힘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권교체 준비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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