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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과 5·18

입력 2017.05.18 20:44

수정 2017.05.1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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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김밥과 5·18

어제는 5·18이었다. 이걸 그냥 날짜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대통령까지 행사에 참석해서 젖은 눈으로 노래를 불렀다. 지난 두 정권에서 이른바 합창이냐 제창이냐며 말도 안되는 논란이 벌어졌던 그 노래 말이다. 노래는 정서적이며 정치적이며 선언적이다. 그래서 두 정권의 대통령을 비롯한 관료들이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은 건 당연하다. 5·18의 핵심 당사자 전두환과 두 대통령은 사실상 한몸이기 때문일 테다. 민족미술 진영에서는 이 피어린 항쟁과 관련해서 많은 예술품을 남겼다. 이른바 최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직접 피해자 홍성담 화백이 주도했던 민족해방운동사라는 걸개그림도 그중 하나다. 이 거대한 그림 중에 ‘광주항쟁’이라는 부분이 있다. 계엄군과 맞서 싸우는 청년들 뒤로 ‘아짐’들이 불을 때서 밥을 하고 있는 장면이 한복판에 그려져 있다. 모든 투쟁은 연료와 동력이 필요하다. 먹어야 싸운다. 누가 그 밥을 만드느냐도 중요하다. 아마도 저 화가들은 민중의 지지를 상징하는 의미로 밥솥과 하얀 이밥을 정중앙에 배치했으리라. 사건 당시 광주 사는 고등학생이었던 친구가 있다. 5·18 자료 사진이나 화면을 보면 교련복을 입은 까까머리 고교생이 꽤 많이 보인다. 내 친구도 그 현장에 가기 위해 시민군의 트럭에 올라탔다. 길가에 ‘아짐’들이 밥을 지어서 즉석 주먹밥이나 김밥을 만들어 올려주었다. 비장하고 눈물겨운 장면이었다. 내 친구는 김밥을 먹으며 금남로로 가는 도중 그만 트럭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팔을 크게 다쳤고, 시민군을 치료해주던 광주기독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어쩌면 그는 그 추락 때문에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금남로에서는 계엄군의 총탄이 날아올 무렵이었으니까.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김밥과 5·18

김밥은 시민군의 식량이었고, 광주 시민들의 마음이었다. ‘내 새끼들 싸우는데 밥이라도 해다 나르자’는 아짐들의 가슴이었다. 김밥은 일제강점기에 소풍과 행사의 휴대음식으로 각광받은 식민의 음식이었다. 그것이 광주에서 하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맞닥뜨린 1997년의 금융위기는 다시 김밥의 시대를 열었다. 직장에서 잘리거나 하루아침에 직장이 없어진 사람들이 몇 푼의 돈으로 김밥집을 열었다. 프랜차이즈점이었다. 한 줄 1000원의 김밥은 편의점이 번성하기 전에 가장 싸고 간단한 식사로 세상에 파고들었다. 즐거운 소풍의 상징에서 광주의 아픔으로, 다시 낮은 노동계급과 그 자식들의 간편식으로 변해갔다. 비정규직과 취업준비생이 시켜 먹는 한 줄의 점심이 되었다.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만든 음식 중에서 가장 싼 음식이 바로 김밥인 세상이다. 한 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놀라운 가격일 뿐이다. 한 줄 달랑 시켜놓으면 손님을 미안하게 만드는 음식이다. 쉼없이 김밥을 마는 ‘아짐’들의 임금은 얼마일까, 저 값에도 남을까, 2000원 넘는 치즈김밥이나 김치김밥을 시킬 것 그랬나, 별 생각이 다 들게 한다. 어제 행사를 보며 김밥의 기구한 운명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참, 그때 다친 내 친구야, 조만간 김밥 한 줄 나눠먹자. 옛 얘기를 다시 듣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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