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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서는 내집을 살 수 있을까?

입력 2017.06.01 21:10

수정 2017.06.0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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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문재인 정부서는 내집을 살 수 있을까?

언론에서 내놓는 전망은 틀리기 일쑤다. 주식이나 부동산이 특히 그렇다. 매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언론은 향후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다 잘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기 마련이고, 비판적인 언론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면을 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한국에서의 집값 거품 논란은 해묵은 주제이다. 한때 부동산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는 거품이 많은 한국의 집값은 곧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집값, 베이비붐 세대 은퇴, 고령화와 인구 감소 추세 등이 거품 붕괴와 하락을 예상한 근거였다. ‘집값 거품→고가 분양→미분양 적체→공급 과잉→집값 폭락’과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의 사례도 있었다.

얼마 전 지인이 농담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당신네 신문 기사 보고 집 안 사고 있었는데, 집값은 안 떨어지고 전셋값만 올라 손해를 봤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기자의 주장은 틀렸다. 물론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잠깐 집값이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집값은 이내 반등했고,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집값 하락 전망이 빗나간 것은 유동성의 힘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넘쳐난 돈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유동성이 갑자기 줄면 집값이 폭락하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집값 폭락은 사회 전체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다. 그래서 정부는 자신들이 집권한 시기에는 집값이 절대 폭락하지 않도록 애쓰기 마련이다.

대선 이후 아파트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땅값도 1년 새 5%나 뛰었다. 수도권 아파트 견본주택에는 구경하는 이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지난달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것이다.

서민 처지를 헤아려 약자를 보살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치솟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가 보다 많아지려면, 집값이 떨어지거나 적어도 제자리걸음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시장은 투기와 과열 조짐마저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정책은 펴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이 판단하는 것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부동산 정책은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부동산 규제완화에 힘을 기울였다. 소득 감소에 집값 급락이 겹쳐 부동산을 살려야 했다. 그러나 첫해 집값은 10% 넘게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는 반대로 집값을 잡기 위한 각종 규제책을 내놨음에도 오히려 폭등했다. 주택시장 활성화를 꾀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었다. 하지만 임기 초반 집값은 소폭 하락했다. 집값은 청개구리를 닮았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와 같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과 공적 임대주택 확대, 도시재생 뉴딜 사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민 주거복지를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 노무현 정부와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적극적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다. 경제부처 장관에 내정된 한 인사는 “집값 거품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집값 하락을 두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집값은 꾸준히 오를 것이다. 일시적인 등락은 있겠지만 집값이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다만 정부에는 속도를 조절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적어도 집값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을 추월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박근혜 정부 4년간 아파트 시가총액이 33% 늘었다는 자료를 내놨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같은 기간 1인당 처분가능소득은 15% 증가해 아파트값 상승률의 절반도 안됐다.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집값이 뛰는 부동산시장은 투기판과 다르지 않다. 투기는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를 빼앗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범죄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국민의 집 국토’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명확하지 않다. 한순간에 뭔가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서민이 꿈을 포기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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