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매주 지면을 통해 정치인, 명사, 지식인들이 꼽은 그들의 ‘인생의 책 5’를 소개합니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될 때 이들의 추천을 참고하는 건 어떨까요. 이 카드뉴스는 가수 최백호가 경향신문에 연재한 「최백호의 내 인생의 책」을 토대로 제작되었습니다.
최백호의 내 인생의 책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정치인, 명사, 지식인들이 꼽는 그들의 ‘인생의 책 5’를 소개합니다.
가수 최백호가 경향신문에 연재한 「최백호의 내 인생의 책」에서 일부 발췌‧각색하였습니다.
길위에서, 저자 잭 케루악. 스물 두세살 때쯤, 친구가 나에게 책을 한 권 던져주었다.
나는 마법처럼 책에 빠져들었고 거기에 나오는 음악들, 미국 도시들의 풍광, 그리고 미제 자동차의 이름까지도 달달 외워 버렸다.
책은 ‘샐 파라다이스’라는 젊은 작가가 ‘딘 모리아티’라는 괴짜 친구와 자동차와 히치 하이킹으로 미국대륙을 여행하며 술과 마약, 여자들과 함께했던 내용으로 ‘비트’와 ‘히피’의 근원이 된 ‘잭 케루악’의 경험담이다.
억눌리고 살벌했던 세상 분위기 속에서 탈출구가 필요했던 우리에게, ‘노상에서’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맘껏 자유를 누리는 미국의 젊은이들에 대한 부러움과 갈증은 이 후진국 청춘들을 몸부림치게 했다.
라이파이, 저자 김산호. 해저 2만리, 소공녀, 소공자 등 그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참 많은 꿈을 꾸었다. 초등 3학년 어느 날, 수업시간에 짝꿍 녀석이 선생님의 눈을 피해 읽고 있던 만화책을 뺏어보았다. 그 책 <라이파이>는 내게 너무도 큰 충격을 주었다.
‘제비양’이 조종하는 ‘제비호’라는 제트 비행기를 타고 악의 무리 ‘녹의 여왕’을 무찌르는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 그 이야기들은, 나를 새로운 모험과 환상에 빠지게 했다.
그 책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나의 성격 형성이나 행동거지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세상을 만화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 그 행복한 능력은, 나에게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게 한다.
파이브 스타 스토리스, 마모루 나가노. 1986년 월간지에 연재를 시작해 이제까지 겨우 12번째 권만 발표된, 마니아들 속 터지게 하는, 걸작 <파이브 스타 스토리스>.
다섯 개의 별에서 벌어지는 초인류의 투쟁과 기계와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모터헤드’라는 사람이 조종하는 로봇과 그 조종사를 보조하는 여성 로봇 ‘파티마’. 주인공 아마테라스는 신(神)에 가까운 존재로 ‘라키시스’라는 아름다운 초능력의 파티마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정통으로 음악 공부를 하지 않고도 음악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이나, 재즈에 관심 있는 분들, 그리고 재즈 공부를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겐 교과서로 아주 딱 떨어지는 책이다.
저자는 ‘고엽(autumn leaves)’이라는 모두가 잘 아는 노래 한 곡만으로 다양한 재즈 기법들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어려운 한국 재즈의 현실 등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있다. ‘듣는 만큼 부른다.’ 이 책에서 잊혀지지 않는 대목이다.
‘부처가 죽었다. 제자들이 구슬피 울었다. 어미 잃은 새들 같았다. 그러자 죽은 부처는 두 발을 관 밖으로 내밀어 보였다. 맨발이었다’라고 시작되는 이 책.
이 책은 여기까지만 읽으면 된다. 이미 결론을 첫머리에 제시해놨기 때문에. 다만 작가가 부처와 함께 걸었던 멀고도 험한 고행 이야기들은 책을 거기서 덮을 수 없게 만든다.
작가는 이 책에서 부처님이 엄청난 초능력의 존재가 아님을 밝혀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인간적인 부처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꼈고 그 사람과 친해지게 되었다. 밤새도록 술을 나누며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외롭고 따뜻한 친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