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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슬럼가의 변신…테크기업 몰리는 ‘디지털 혁명’ 허브로

입력 2017.06.07 20:52

수정 2017.06.0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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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전환’ 영국 테크시티의 새로운 도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에 빗대 ‘영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테크시티(위 사진)는 신생 벤처업체들이 찾는 디지털혁명의 중심지이다.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에 사람이 밟고 지나가면 전기가 만들어지는 블록이 설치돼 있다(아래). 이 블록은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인 페이브젠이 개발한 것이다. 구글 캡처·페이브젠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에 빗대 ‘영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테크시티(위 사진)는 신생 벤처업체들이 찾는 디지털혁명의 중심지이다.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에 사람이 밟고 지나가면 전기가 만들어지는 블록이 설치돼 있다(아래). 이 블록은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인 페이브젠이 개발한 것이다. 구글 캡처·페이브젠 제공

영국 런던 동부의 낙후지역이 세계 디지털혁명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구글과 인텔 등 차세대 기술혁명의 선두주자들이 연구소와 사무실을 내는가 하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몰리고 주변에 일자리도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딥마인드의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를 배출한 이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의 테크노단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국인들은 이곳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빗대 ‘실리콘 라운드어바웃’이라고 부른다.

지난달 말 런던 동부 올드 스트리트의 오피스 빌딩 숲을 지나자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층고가 낮은 오래된 건물들이 넓게 펼쳐졌고 건물벽은 갖가지 그라피티로 덧칠돼 있었다. 곳곳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노후화되고 장시간 관리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는 ‘쇼디치 하우스’ 빌딩에 들어서자 겉모습과 다르게 건물 안은 열기로 가득 찼다. 200여㎡에 달하는 공간에 삼삼오오 떼를 지어 발표는 물론 토론으로 분주했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교육 스타트업인 디코디드의 캐서린 파슨스 대표는 “테크시티는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곳이며 각종 정보가 집약되고 공유될 수 있어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이곳 쇼디치 스트리트를 기점으로 올드 라운드어바웃 그리고 올림픽 파크에 이르는 지역이 테크시티(실리콘 라운드어바웃)이다. 런던 테크시티는 스타트업들이 값싼 임대료를 찾아 모여들면서 시작됐다. 쇼디치 구역은 노동자들의 거주지며 소규모 공장들이 있던 런던의 낙후지역이었다.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입주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중적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식당과 카페, 지원시설 등도 들어서면서 슬럼이 아닌 핫플레이스로 바뀌었다.

그리고 영국 정부가 2010년 테크시티 지원플랜을 만들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진두지휘했다. 2011년 구글의 런던 캠퍼스 설립은 테크시티의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구글은 올드 스트리트에 빌딩을 매입했고 사무공간뿐 아니라 훈련센터, 전시장을 마련했다. 여기에 인텔, 시스코, 애플, 아마존 등 이름난 기업들이 가세하면서 세계적인 디지털 허브로 발돋움했다. 유럽의 자산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47곳 가운데 14곳이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런던에서는 매시간 새로운 테크기업이 탄생한다.

테크시티의 성공에 고무된 영국 정부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영국 정부는 2013년 테크네이션이라는 시스템을 출범시키면서 영국 전역에 디지털혁명 거점을 만들었다. 영국은 유럽 디지털혁명의 선두주자가 됐다. 영국의 디지털 부문 매출은 1700억파운드(약 24조원·2015년)로 5년 만에 22% 성장했다. 디지털 분야 기업의 증가속도는 다른 분야보다 28% 이상 높다.

테크시티에 따르면 영국에 디지털 관련 일자리는 164만개에 달한다. 이 분야 일자리의 증가속도와 노동생산성은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높다. 유망 스타트업들이 몰리면서 지난해 영국은 68억파운드(9조8600억원)의 벤처캐피털 및 사모펀드 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프랑스(24억파운드), 독일(14억파운드), 네덜란드(13억파운드) 등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배가 넘는다.

이 같은 성공은 열성적인 스타트업,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교육기관의 협력이 어우러져 가능했다. 정부는 산하기관으로 테크시티투자청(Techcity Investment Organisation·TCIO)을 세워 벤처기업의 활동을 지원했다. 정부는 창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세금 혜택을 주었다. 1000만파운드(145억원)의 이익이 발생할 때까지 10%의 세금만 매겼다. 일반 법인세율 20%(당초 28%)보다 대폭 낮은 세율을 적용해 창업의욕을 불러일으켰다. 비영리로 창업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외국인 기술 인력이 쉽게 영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비자 발급 기준을 완화했으며, 창업활동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도록 창업페스티벌도 개최했다. 창업자들 간 만남의 행사는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들에는 없어서는 안될 기회로 작용했다. 그리고 대학이 신기술 인력을 공급하는 창구 역할을 맡도록 해 스타트업들이 인력난에 허덕이지 않도록 했다. 영국은 유럽의 톱 20개 대학 가운데 8개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이들 대학은 기술을 발전시키고 투자와 인재를 유치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영국은 2010년 이후 디지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테크네이션 시스템을 통해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고, 일자리까지 늘리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성과를 거두었다. 스타트업인 코르텍시카의 임원 알라스테어 하비는 “영국은 혁신의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이다. 디지털 기술에 투자가 왕성하고 교육기관과 기술협력의 기회가 풍부한 디지털 생태계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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