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플린 수사 중단 요청을 지시로 받아들였다"...코미 전 FBI 국장 육성 증언

입력 2017.06.09 02:00

수정 2017.06.09 03:13

박영환 정치·국제에디터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8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인석에 앉아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8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관련 압박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코미는 트럼프의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압박을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코미는 트럼프가 플린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청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코미는 전날 미리 공개한 모두 발언문에서 트럼프가 지난 2월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신을 만나 “플린을 놔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데 대해 “나는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플린이 법적으로 유죄가 될 위험이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플린에 대한 수사중단) 요청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코미는 그러나 트럼프의 “놔주기를 기대한다”는 발언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전반에 대한 중단 요청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가 사법방해 시도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플린은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및 트럼프 캠프와의 내통 의혹의 몸통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코미는 또 트럼프가 자신에게 네 차례나 ‘충성심’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FBI 국장직을 유지키셔주는 대신 대가를 얻으려 했다고 보는 게 상식”이라고 밝혔다.

코미는 콜럼비아 로스쿨 교수를 통해 뉴욕타임스에 플린 수사 중단 압박 등을 담은 ‘코미 메모’를 유출했다는 사실도 인정하며 “특별검사 임명을 추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코미는 또 트럼프가 자신과의 대화를 담은 테이프가 있다며 압박한 데 대해 “테이프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미는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정부가 자신의 해임을 정당화하기 위해 리더십 문제 등을 비판한 데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의심할 여지 없이 거짓말을 퍼뜨리고 나와 FBI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차례 내가 잘하고 있다고 했다”며 “하지만 나의 해임이 러시아 수사 때문이라고 TV에서 밝히는 등 해임 사유가 바뀌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메모를 작성한 배경에 대해서도 “솔직히 트럼프가 우리 만남의 본질에 대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고 밝혔다.

코미는 러시아가 트럼프를 협박할 수 있는 약점을 잡고 있다는 첩보가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상원 하트빌딩 216호에서 열린 청문회에는 미국과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이 형성됐고, 일부 방청객은 새벽 3시부터 건물 밖에서 기다렸다고 밝혔다. 청문회장에는 수백명의 언론인들이 코미의 등장을 기다렸고, 상원 청문위원들 정면에 마련된 코미의 증언석을 향한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CNN 등 캐이블텔레비전은 물론 ABC 등 공중파 방송들도 청문회를 생중계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신문들도 홈페이지를 통해 청문회를 생중계하고 실시간으로 발언록을 보도했다. 코미의 공개 증언은 낮 12시40분까지 진행됐고, 오후에는 정보위원들을 상대로한 비공개 증언이 이어졌다.

코미는 전날 미리 공개한 모두 발언문에서 트럼프가 지난 2월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신을 만나 “이 사건을 놔주기를, 플린을 놔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내통한 의혹을 받고 물러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 전망

코미는 트럼프가 자신에게 네 차례나 ‘충성심’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또 FBI 수사를 “구름”에 비유하면서, 트럼프 본인이 수사 대상이 아님을 확인하려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개인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된 수사 대상이 아님을 코미가 확인한 것은 트럼프에게 다소 유리한 부분이지만, 미국 내 비판여론은 고조되고 있다.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가 거짓말을 했다는 코미의 증언에 대해 입장을 묻자 “대통령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면서 “그런 질문이 나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