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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자라지 않는 남자들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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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자라지 않는 남자들의 연대

입력 2017.06.12 21:15

수정 2017.06.1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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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지 않는 아재들’은 최근 한남 엔터테인먼트의 흥미로운 광경 중 하나다. <아는 형님>(JTBC)에서 아재들은 여전히 교복을 입고 교실에 앉아 있으며, <미운 우리 새끼>(KBS)에서는 아직도 ‘생후 오백 몇 개월’을 사는 어머니의 아들이다. <아재 독립 만세!! 거기서 만나>(TV조선)의 내레이션은 원로배우 김영옥이 맡았다. 나이든 ‘어머니뻘’ 여성이 아재들을 굽어보며 행동 하나하나에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코멘트 하는 것이다.

[청춘직설]자라지 않는 남자들의 연대

이 퇴행은 어디에서 오는가? 특히나 우리 시대에 아버지란 <명량>이나 <국제시장>과 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70~80대 어르신의 얼굴이 되어버린 지금, 대중문화는 왜 40~50대 남자를 어른으로 상상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 중 하나가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적 역사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386 남성들은 여전히 상징적으로 아버지를 죽이지 못했고, 그리하여 어른의 몸에 갇힌 ‘어린 아들’의 정신세계를 살고 있다. ‘자라지 않는 아재’가 일종의 시대정신이 된 것이다.

예컨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문 대통령이 얼마나 성숙한 어른인지와 무관하게 그에게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하며 “오구오구 우쭈쭈” 했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문인들이 대선 당시 그를 지지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사이트의 주소가 ‘www.5959uzuzu.com’이었다는 건 충격적이다. 그리고 이 사이트는 비판적인 칼럼이 한 편 등장하자마자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것이 그저 무한한 애정과 지지를 표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기실 여당 및 그 지지자들이 짜고 있는 정치적 프레임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때 정청래 전 의원의 ‘소수 권력’이라는 말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팟캐스트 <파파이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아직은 ‘소수 권력’이라고 말하며 ‘감시 없는 지지’를 호소했다. 이 말은 기이하다. ‘소수’란 단순히 수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위계에서 하위에 놓인 존재를 일컫는 표현이라고 할 때, ‘소수 권력’은 말 그대로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불가능한 유머에 불과하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역사 인식 안에서 유시민 작가의 ‘진보 어용 지식인 선언’ 역시 가능해진다. 청와대 권력만 바뀌었을 뿐 한국 사회의 적폐 권력은 그대로라고 주장하면서, 유 작가는 문재인 정부의 ‘열악한 위치’를 이유로 ‘어용’이라는 단어에 새겨질 수밖에 없는 수치심을 간단히 지워버렸다. 그리하여 우리는 진보, 어용, 지식인이라는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세 단어가 하나의 단어를 구성하는 놀라운 시대를 살게 된다. 이야말로 자라지 않기로 결심한 남자들의 화려한 정치적 쇼다.

하지만 ‘어용 지식인’조차도 냉정한 얼굴로 문재인 정부의 선택에 철퇴를 내리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앞에서였다. 그는 <썰전>(JTBC)에 출연하여 “자기 앞가림도 잘 못한다”면서 강 후보자를 폄하했다. 국민의당에서 “지금은 안보 현안이 중요한 만큼 이번에는 국방을 잘 아는 남자가 해야 한다”거나 “여객선이라면 모를까 전시를 대비할 항공모함 함장을 맡길 순 없다”며 부적격 입장을 낸 것과 다르지 않은 수사다.

‘어용 지식인’은 자신들의 권력적 지위를 부인하고 계속해서 ‘지켜 달라’고 징징거리면서도, 여성 앞에서만은 짐짓 근엄한 척한다. 남자들이 스스로 자라지 않았다고 주장할 때에도 누구를 배제하면서 그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가는 명백해 보인다.

이 철없는 남자들의 강고한 연대는 역시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을 비호하는 것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탁현민의 10년 전 책은 그저 ‘젊은 한때의 과오’가 아니다. 사과 한마디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어른스럽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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