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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가르치기보다 유연한 사고 길러주세요”

입력 2017.06.21 22:38

수정 2017.06.2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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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계 석학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가 지난달 영국 케임브리지 시내 한 커피숍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케임브리지(영국) | 박재현 기자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가 지난달 영국 케임브리지 시내 한 커피숍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케임브리지(영국) | 박재현 기자

“‘이것이 정답이다, 이게 바른길이다’라고 가르쳐봐야 미래를 대비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강제로 배운 것을 조금 더 안다고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을까요.”

과학철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러커토시상’을 받으며 세계적 석학으로 떠오른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현지에서 이뤄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사회적 토의를 거쳐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를 가르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학서적으로 스테디셀러인 <온도계의 철학> <과학, 철학을 만나다>의 저자이기도 한 장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교육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놓아주고 흥미를 유발하는 교육”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역시 정답이 없다”면서 “교육 역시 정답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는 사람을 따라가기 힘들다. 하고 싶은 거 하게 내버려둬도 굶지 않고 잘 산다”며 “부모의 요구대로 장래를 강요했을 때 성공률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이란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며 “정답을 추구하는 과학 교육이 오히려 과학을 혐오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과학적으로 같은 현상이라도 여러 가지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 그동안 정답을 제시하고 이를 가지고 점수를 주고 등수를 매기는 데 집중하다 보니 호기심을 돋우는 과학공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술을 발전시키며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등 성과주의에 쫓기는 과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예를 들어 휴대폰을 발달시키려면 어떤 과학이 필요했을지 200년 전에 물어봤다면 답을 하기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기술 발달에 필요한 과학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민에게 과학을 조금이라도 가르쳐서 4차 산업혁명을 융성하게 한다는 생각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의 지능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이 고도로 발전할 경우 정말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인간과 로봇을 구분하려면 최소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기는 오히려 철학 등 인문학이 주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미래는 예측불허다. 증기기관, 자동차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걱정할 줄 누가 알았나”라면서 “신기술이 인간의 행복을 뺏어가고 해가 될 수 있지만, 현재 기술적으로 개발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을 발달시켜야 된다는 분위기를 막을 수 있는 게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과학 역시 문화의 일부”라며 “일반적인 문화가 융성하지 않았는데 과학을 발전시킨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 중학교 졸업 정도의 학력을 가진 사람도 순수과학에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문화가 융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사회적 자원의 쏠림을 경계해야 하고, 다원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정치도 군주주의에서 민주주의 다당제로 발전한 것처럼 인간의 역사는 일원주의에서 다원주의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과학도 처음에는 진리가 하나 있고 그걸 추구하는 게 사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런 진리 추구의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장하석 교수는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50)는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스탠퍼드대에서 물리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28세 때 영국 런던대 교수직을 맡은 뒤 2010년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장 교수의 친형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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