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드뉴스는 경향신문 ▶[경향의 눈]들어라, 을(乙)의 상생 절규를! 칼럼을 바탕으로 재구성 했습니다.
들어라, 을의 상생 절규를!
‘노키아’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혁신의 아이콘’ ‘핀란드의 자존심’ 등으로 불린 핀란드의 대표 기업이다.
그러나 10여년간 세계 휴대전화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노키아의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아이폰이 휴대전화 시장 판도를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꿔놨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변화의 흐름에 둔감했다. 뒤늦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노키아는 최악의 경영난으로 2012년 본사 사옥까지 매각했다
노키아는 날개 없이 추락하면서도 상생(相生)의 길을 택했다. 핀란드 기술청과 함께 ‘테크노폴리스 이노베이션 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인력과 특허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한 것이다.
핀란드에서 20여개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탄생했고,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핀란드 시민들이 노키아를 여전히 ‘국민 기업’으로 여기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상생은 말뜻 그대로 ‘서로 북돋우며 함께 사는’ 것이다. 비올 때 남의 우산을 뺏지 않고, 우산이 없으면 함께 비를 맞는 게 상생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선 상생의 미덕이 사라진 지 오래다. 약자의 눈물을 성공의 디딤돌로 삼는 강자의 ‘갑질’이 만연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재벌의 ‘약탈’이 일상화돼 있다.
최근 몇 년 새 서울 북촌과 서촌, 망리단길 등에서 진행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은 저소득층 원주민에 대한 가진 자들의 횡포다.
강남 아파트 주민들이 월 2만원의 추가부담을 아끼려 경비원을 해고하고, 유명 디자이너가 직원 월급 50만원을 체불하는 게 한국사회의 민낯이다.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노동자와 서민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양보를 강요했다.
사자와 소를 한 울타리에 몰아놓고 경쟁하며 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생태계를 구분하고, 상생을 위한 일정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할 일이다.
시장 강자의 약탈과 횡포를 방조하는 정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경제적 살인의 주범”일 수 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에서 상생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그 길을 가다보면 들린다. “같이 좀 잘 살자”는 사회적 약자와 을들의 외침이 얼마나 크고 절박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