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매주 지면을 통해 정치인, 명사, 지식인들이 꼽은 그들의 ‘인생의 책 5’를 소개합니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될 때 이들의 추천을 참고하는 건 어떨까요. 이 카드뉴스는 마음산책 대표이자 시인 정은숙이 경향신문에 연재한 「정은숙의 내 인생의 책」을 토대로 제작되었습니다.
정은숙이 뽑은 내 인생의 책 5 / 제작 김유진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정치인, 명사, 지식인들이 꼽는 그들의 ‘인생의 책5’를 소개합니다.
마음산책 대표이자 시인 정은숙. 정은숙 시인이 경향신문에 연재한 「정은숙의 내 인생의 책」에서 일부 발췌 및 각색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체험, 저자 오에 겐자부로. “…분명히 이건 나 개인에게 한정된, 완전히 개인적인 체험이야.” 첫아이 히카리가 뇌에 치명적인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을 모티프로 한 소설이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매번 무릎이 살짝 꺾이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그 개인적인 고통의 체험을 넘어서, 절망과 일탈이라는 한바탕 굿을 치른 이후 인류 공통의 보편성을 다룬 대작가가 되었기에.
히로시마 원폭을 다룬 소설이든 상처받은 이웃의 이야기든 오에 식의 위무는 그저 따듯하거나 낙관적이지 않다. 고통을 끌어안자 살아갈 힘이 생기는 인생의 역학관계를 정교하게 보여준다.
고독의 발명, 저자 폴 오스터. 왜 작가는 고독을 발명하려 하는가. 고독은 어느 순간 발견되는 속성을 지녔는데 발명이라니.
저자 폴 오스터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답으로 ‘고독’을 말한다. 그가 말하기를, 책에 적힌 글이란 한 인간의 고독을 대변하는 것이고, 글을 읽는 행위는 고독의 입자와 직면하는 것이라고.
또 폴 오스터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진실은 “어떤 증거에 관계없이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핵심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수영 시 전 집, 저자 김수영.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김수영의 시에는 ‘가면’과 어떤 ‘포즈’가 없다. 자유분방하고 직설적인 풍자로 일상과 정치현실을 시적 거울처럼 비춘다. 시어도 평이하고 구체적이어서 씹는 맛이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소시민의 페이소스와 일상의 비루함이 어우러진 김수영의 시를 보고 있자면 ‘난닝구’ 차림을 한 퀭한 시인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살아난다. 종종 나는 그의 산문을 대화에서 인용한다. 며칠 전에는 자유를 말했다. “보장된 자유란 무엇인가? 창작활동 위에까지 부당하게 뻗칠 것 같은 ‘불안’을 없애주는 것이다”.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고국 체코의 ‘프라하의 봄’에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은 쿤데라는 프랑스에 정착,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그를 세계에 알린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쿤데라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에 대한 성찰로 작품을 시작하는데 이는 모든 일들이 무한히 반복된다고 하는 ‘우스꽝스러운 신화’에 대한 분석이기도 하다.
그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묻는다. 한 번뿐이라면, 인생이란 하나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런 무게도 없고 처음부터 죽은 것이나 다를 바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뺨에 서쪽을 빛내다, 저자 장석남. 이 시집 제목은 ‘서쪽 1’이라는 시에서 따온 것이다. 저녁볕에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솥을 열어 음식을 장만하려는 정경을 그리고 있는 시에서 ‘서쪽’의 의미는 특별하다.
서쪽은 빛이 지는 방향이다. 그래서 사양 혹은 마지막 불빛 같은 조락의 이미지가 강하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며 시 제목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삶의 스러져가는 부분에 빛을 비춘다는 의미로.
시인은 왜 이렇게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빛을 보고자 하는 것일까. 시인의 비관적 세계관은 하찮은 사물 속에서, 작은 새의 움직임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안간힘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