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어제 당원대표자회의를 열어 3선의 이혜훈 의원을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했다. 이 신임 대표는 하태경·정운천·김영우 최고위원 등 경쟁자를 물리치고 원내 제4당의 방향타를 쥐게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에 이은 3번째 여성 당 대표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취임 연설에서 “강한 야당이 되겠다. 진영에 매몰돼 사사건건 반대하는 발목 잡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당 운영 변화를 시사했다.
하지만 이 대표와 바른정당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바른정당은 6개월 전 개혁보수를 표방하며 창당할 때에 비해 당세가 크게 위축돼 있다. 자유한국당과 차별성을 보이려 노력했지만 아직 새로운 보수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 안보를 중시한다면서 시대착오적인 안보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바른정당의 어느 구석에서는 여전히 과거 수구적 보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새로운 보수라는 간판을 내세워도 이걸 떨치지 못하는 한 시민의 지지를 받는 튼실한 정당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 이 대표가 밝힌 대로 “낡은 보수에 더 이상 대한민국을 맡길 순 없다”는 것이 시민 다수의 뜻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오랫동안 개혁적 보수정당의 출현을 기다려왔다. 시민들은 합리적 보수의 비전을 갖고 꿋꿋하게 전진하는 정치세력을 보고 싶어 한다. 바른정당이 이런 시민적 욕구를 대변하고 충족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행히 이 대표에게서 그런 의지가 읽힌다. 이 대표는 “여당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생산적 대안정당이 되겠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과감히 (정부·여당과) 협력하고 개혁보수의 가치에 역행하는 문제엔 결연히 맞서겠다”고 했다.
물론 그런 생산적 역할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와 협력하는 것을 두고 야당답지 못하다는 평판을 얻을 수도 있고, 그런 평판에서 벗어나려다 더욱 대결의 길로 내달릴 수도 있다. 바른정당은 최근에도 ‘보수의 배신자’라는 과거 지지자들의 비판을 의식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를 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청이다. 이 대표가 그동안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 심사에 바른정당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사실을 주목한다. 이런 점에서 7월 임시국회가 바른정당이 새로운 야당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에 대한 견제와 협력이라는 균형점을 찾는 전략과 지혜가 필요하다. 이것이 낡은 보수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여성 경제전문가이자 소신파인 이 대표의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