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형 로봇’, 정체성을 묻다
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 지능로봇연구소장
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 지능로봇연구소장이 28일 경향포럼에서 안드로이드 로봇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쓴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1916년 작고했다. 작가로서 그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작고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는 최근 일본의 초등학교를 돌며 강의를 하고 있다. 정확히는 나쓰메 소세키가 아니라, 나쓰메 소세키의 외모에 목소리와 사상이 닮은 인간형 로봇이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일본의 인간국보인 라쿠고(만담) 명인 ‘가쓰라 베이초’는 2015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우아한 만담은 그를 빼닮은 인간형 로봇의 입을 통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형 로봇인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학교 지능로봇연구소장은 28일 “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과 똑 닮은 안드로이드의 사진을 화면에 띄우고 “제가 안드로이드를 제작하지 않았다면 경향신문이 저를 초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제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안드로이드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드로이드를 해외 초청 강연에 보내 강연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는 농담을 던졌다.
그는 2007년부터 안드로이드 개발에 매진해온 인간형 로봇 분야 개척자다. 나쓰메 소세키와 가쓰라 베이초의 안드로이드 역시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로봇을 연구한다”는 말을 내내 반복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을 보면 수년 전부터 엔지니어들이 자동차 시스템과 인간의 접점인 인터페이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사물이 가능하다면 좀 더 인간 같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인간형 로봇은 이미 일본에서 소기의 상업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시구로 소장이 개발한 소형 로봇은 한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의 객실마다 비치돼 주문을 받고 있다. 그는 “로봇을 테이블에 두면 스마트폰만 보던 가족이 로봇과 함께 우호적인 대화를 하게 된다”며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이 있다면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보다 잘 연결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주문 로봇을 도입한 이후 1년간 이 음식점의 지점을 300개까지 늘렸다.
그가 만든 로봇은 인간과 비슷한 실리콘 피부와 섬세한 표정 변화로 대표된다. 한 백화점에 마네킹 대신 비치된 그의 로봇은 쇼핑객과 눈을 마주치면 웃어 보이고, 연극과 영화에 출연한 또 다른 로봇은 풍부한 표정 변화로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현재는 안드로이드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그의 안드로이드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기보단 인간에 의해 원격 조종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그는 20년 내에 스스로 작동하고 말하는 로봇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로봇 안에 의지를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챗봇과 결합된다면 안드로이드의 완전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로봇의 행동을 넘어 로봇에 의지와 의도를 담는 설계가 가능한지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