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폭염이다. 유월 내내 더웠다. 아직 석 달이나 남은 여름을 어떻게 견딜지 걱정이다. 주로 실내 공간에 머무는데도 힘든데, 이 폭염에 쉼 없이 뛰어다녀야 하는 택배노동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버티는지 모르겠다. 먹고살기 위해서라지만 위태로워 보인다. 두렵다.
택배노동자들의 하루는 길다. 아침 7시부터 분류작업을 시작한다. 분류는 택배회사가 해야 하지만, 당신들이 배송할 화물은 직접 골라가라는 거다. 분류에만 보통 대여섯 시간이 걸리는데, 대가 없는 공짜 노동이다. 분류작업을 하는 터미널은 허허벌판인 경우가 많아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없다. 냉방 또는 난방 장치는 전혀 없고, 휴게실은 물론 화장실마저 없는 곳도 많다. 점심 무렵 분류작업이 끝나면 배송을 나가야 하는데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려 점심을 거르기 일쑤다.
도시 지역은 어디든 주차가 만만치 않다. 택배노동자를 위해 주차장을 비워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겨우 주차를 마치면, 그 다음엔 우리가 매일처럼 보는 익숙한 풍경이다. 차를 세우자마자 몇 개씩 화물을 들고 뛰어야 한다. 이 폭염에도 날듯 뛰어야 하니, 두세 군데만 돌아도 땀에 흠뻑 젖는다.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그나마 잠깐 숨이라도 돌리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화물을 들고 계단을 뛰어 오르내려야 한다. 차를 세우고 짐을 들고 뛰는 일은 내내 반복된다. 폭염에도 뛰어야 하는 건 시간 때문이다. 얼른 배송을 마치고, 배달할 물건을 수거하는 작업을 오후 5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만 5시 이전에 배송이 끝나는 일은 별로 없다. 아침 7시부터 분류작업, 낮 12시부터 배송작업, 오후 5시에는 수거작업, 저녁 7시쯤부터는 미처 마치지 못한 배송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겨우 밤 9시, 10시가 되어야 일을 마칠 수 있다. 밤 10시가 넘어 집에 들어가면, 종일 주렸던 배를 채우기 위해 폭식을 하곤, 그대로 쓰러지듯 자야 한다.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택배화물 배송비는 대개 3000원쯤이다. 이 중 택배노동자가 가져가는 배송 수수료는 건당 800원 정도, 2200원은 택배회사 몫이다. 날듯 뛰면서, 때론 쿠팡의 광고처럼 로켓을 타고 다니면 하루에 250개쯤의 화물을 배송할 수 있다. 점심과 저녁을 거르고 15시간을 꼬박 일해야 감당할 수 있는 물량이다. 그러면 하루에 20만원쯤 벌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오래 할 일은 아니지만 젊은 몸 하나 믿고 뛰어들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건당 수수료가 800원이라고 그게 전부 택배노동자의 몫은 아니다. 여기서 부가세 10%와 대리점 수수료 10%씩을 떼어 낸다. 800원은 간단하게 640원으로 줄어든다. 이게 끝이 아니다. 차량 구입비와 기름값, 자동차보험료, 정비 등 유지비는 모두 택배노동자 부담이다.
택배회사 로고가 찍힌 유니폼도 자기 돈으로 사야 한다. 강매다. 차량도 회사 요구대로 전면 도색을 해야 하는데, 이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언제까지 그 회사와 일할지 모를 일인데, 원하는 대로 차량을 도색하지 않으면 일감조차 구할 수 없다. 전면 도색을 하면 중고차로 내다팔 때도 손해를 보지만, 그런 불이익도 모두 택배노동자가 감당해야 한다. 개인 소유 차량에 기업의 광고 문구를 넣는다면 도색 비용은 물론, 광고비까지 기업이 내야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택배산업은 매년 10%씩 급성장할 정도로 날로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CJ와 대한통운이 합병했으며, 롯데는 현대를 인수하는 등 재벌 대기업들이 속속 택배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화물 수수료는 점점 내려가고 있다. 가격경쟁력만 강조하며 회사의 부담을 약자인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킨 까닭이다.
택배노동자들은 CJ, 롯데, 한진 같은 대기업의 화물을 그 대기업의 로고가 찍힌 화물차로 운송하고, 대기업의 지침에 따라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을 동시에 수행하지만, 그 대기업의 노동자는 아니다. 흔히 써먹는 수법이다. 실질적으로는 고용·피고용 관계이지만, 편법적으로 고용에서의 부담을 피하려 각자의 사업체가 계약을 맺는 거다. 노동자가 아니어서 겪는 어려움은 너무 많다. 일을 하다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
위험한 노동만이 아니다. 화물을 배송하다 파손이 생겨도 택배노동자가 책임져야 한다. 드물지 않게 만나는 심술궂은 고객을 응대하는 일도, 택배노동자의 몫이다. 담당구역을 넘어 엉뚱한 곳으로 화물을 가져 오라는 고객은 너무 흔하고, 욕설을 퍼붓는 고객도 자주 만나야 한다. 배송해준 컴퓨터나 선풍기, 심지어 세탁기 등을 설치해놓고 가라는 고객도 가끔 만나야 한다. 숱한 고초를 겪고 고역을 반복하지만, 택배회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별도의 비용도 쓰지 않고 그저 길목에 버티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는다.
택배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올해 초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택배노동자들이 기댈 언덕이 이제야 마련된 거다. 그렇지만, CJ대한통운은 노조에 가입하거나 창립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명단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보복하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에겐 일감을 주지 말라고 대리점을 압박하는 거다.
당연히 택배노동자도 사람이고 노동자다. 부당한 착취를 당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장시간 고된 노동에 시달려도 되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자기 노동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누구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고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다. 눈 밝은 공직자가 있다면, 오늘 오후라도 잠깐 걸음을 멈추고 택배노동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길 바란다. 택배노동자가 뛰어다니는 그 속도만큼 대한민국은 망가져 있고, 그만큼 우리는 아귀지옥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우리가 사는 곳이 공동체가 되려면, 택배노동자들의 달리기부터 멈추게 해야 한다. 그럴 법률적 권한과 능력이 공직자들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