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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외주화 시대

입력 2017.07.02 20:57

수정 2017.07.0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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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극장에서 영화 <옥자>를 봤다. 강원도 산골에서 할아버지와 사는 소녀 미자는 슈퍼돼지 옥자를 아기돼지 때부터 10년간 길러왔다. 아니 함께 살았다. 부모를 잃고 산속에서 할아버지와 사는 미자에게 옥자는 24시간 같이 먹고, 자고, 뛰노는 자매(?)와 같은 반려동물이었다. 영화 초반 깊은 산속 맑은 못에서 물고기 잡고 그늘에서 함께 낮잠 자는 모습은 자유롭고 평화롭기만 하다.

[아침을 열며]고독의 외주화 시대

이 영화는 상영방식을 둘러싼 문제로 칸 영화제 진출 당시부터 시끄러웠다. 개봉 때는 영상의 불법 유출 등으로 또 잡음이 일었다. 그래서인지 정작 영화 자체에 집중할 기회가 적었다. 영화는 중·후반으로 넘어갈수록 불편함을 자극한다. 옥자의 출생 비밀과 대량생산, 도축의 적나라한 현실이 드러난다. 영화가 끝날 때쯤 수십년간 먹어온 육식으로 꺼림칙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불편함의 근원이 꼭 육식 때문만은 아니다. 집에서 개나 고양이 등을 반려라는 이름으로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이 불편함의 진실에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옥자는 아파트나 원룸, 빌라에서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인간이 동물을 왜 필요로 하는지, 동물은 인간에게 뭘 기대하는지. (…) 같이 사는 것에 있어서 예의가 뭔지, 동물과 관계는 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주위엔 반려동물에게 지극정성을 쏟는 이들이 많다. 혼자 살고 있는 40대 중반의 한 지인은 5년 전부터 웰시 코기와 지낸다. 결혼에 별 뜻이 없는 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웰시 코기를 위한 후견인 지정과 재산상속까지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1인 가구(통계청 2015년 기준 520만 가구, 전체 중 27.7%)가 급증하면서 이제 혼자 살며 개 또는 고양이 한 마리쯤 같이 사는 것이 라이프 스타일의 완성처럼 얘기되는 시대다. 개중에는 명품 백과 승용차를 장만하듯 과시용과 사치품으로 반려동물을 사들이는 이들도 있다. 신문이나 잡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반려동물 기사와 칼럼, 사진, 갖가지 미담들이 넘쳐난다. 마트에는 호화로운 반려동물 용품과 홍삼이 들어가 있는 사료까지 즐비하다. 반려동물은 가히 ‘21세기 대유행’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하루종일 피곤과 스트레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왔을 때 그들이 따뜻한 위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사회에서 나만 떨어져 나와 있는 것처럼 혼자 지내고 있을 때 ‘혼자가 아니야’라며 위안을 준다. 인간들 사이에서 받은 상처를 말없이 어루만져주기도 한다. 반려동물은 고독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고독의 완충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작 고독의 몫은 반려동물 자신의 것이다.

구의역 참사, 타워크레인 붕괴사고 등 재해사고 현장에는 언제나 ‘위험의 외주화’가 있었다. 위험한 일일수록 위험은 아래로 아래로 전달된다. 가장 약한 존재들이 떠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독의 외주화’도 별반 다르지 않다. 힘없고 말없는 그들에게 고독을 떠넘기는 시대다. 공장에서 발정유도제로 생겨난 어린 생명은 동종과 떨어져 평생을 일정한 공간에서 다른 종(인간)과 살아가다 목숨을 다한다. 특히나 집에서만 사는 고양이의 대부분은 분양이 된 후 자신과 같은 동종을 만나 털을 부비거나 영역다툼을 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중성화로 거세돼 멸종되지 않았으나 마치 멸종된 종처럼 ‘고독하게’ 주어진 생의 주기를 마쳐야 한다. 주인이, 집사가 아무리 자신의 반려동물을 사랑한다고 해도 개나 고양이와 같은 종이 될 수는 없다.

반려동물 사이트에는 자신의 반려동물이 애정결핍과 분리불안 증세를 앓고 있다며 고민을 나누는 글들이 많다. 하루 온종일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탓에 생겨난 병일 것이다. 주인이 대책 없이 훌쩍 여행을 떠날 때면 꼼짝없이 비좁은 공간에 갇혀 불안에 떨어야 한다. 심지어 여름휴가철이 되면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가 더욱 급증한다. 맡길 곳이 없어서, 늙고 병들어서, 새끼 때처럼 사랑스럽지 않아서, 돈이 많이 들어서 등등의 이유로 한 해 8만여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진다. 지난해 버려진 후 입양되지 않아 안락사(安樂死)한 개와 고양이는 1만6000마리에 이른다. ‘고통을 덜어주는 편안한 죽음’, 안락사가 과연 옳은 표현일까. ‘인간의 이기’ ‘고독의 외주화’란 전염병에 걸려 살처분했다고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몇 년 후 귀엽고 감정을 표현하며 아프고 늙을 걱정 없고, 털 없이 매끈한 피부를 지닌 반려로봇이 대량생산 된다면 반려동물의 지위는 반려에서 곤두박질치지 않을까. 옥자는 불편한 진실들을 상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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